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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가 밟고 간 길은 뜨겁다 - 시사랑시인선 30
전종대 지음 / 북랜드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시인이자 중학교 교사인 전종대 시인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몇 안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일 것이다. 우연히 선물로 받게 된 이 시집을 보면서 글을 쓰는 사람은 참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기차를 타고 해가 어스름하게 떨어지는 기찻길 옆 작은 시골 마을을 보며 이 모습을 한 편의 시를 표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생각을 실체로 드러나는 문자로 기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고가 부족해서 아직 잘 못 쓰는 것도 있으리라. 이 시집에 나오는 '노송'이라는 시를 보며 그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은해사를 가도 그 노송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 이래서 시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또 우리가 즐겨하는 놀이인 화투를 소재로 쓴 '민화투와 고스톱'이라는 시에서는 이런 놀이에도 이런 철학을 담을 수 있구나 그래 맞아, 이제는 쭉정이들이 모여 더욱 큰 민중의 힘을 발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록도'라는 시에서 나오는
'용기를 내어 진정 용기를 내어/
손을 맞잡고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당신들을 위로하지만/
위로 받아야 할 사람은 당신들이 아니라/
우리들인지 그 뉘가 알리/'
에서 시인이 말하듯이 우리는 어쩜 이 썩어가는 문명 속에서 더 큰 상처를 받고 아파하며 고통받으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유를 외치고, 건강한 삶을 그리는 시인의 마음에 공감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