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비행
헬렌 맥도널드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 보다는 에세이를 즐겨 보는 편인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 에세이인데 소설 같은 느낌이 들어 좀 신기했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보는 일반 에세이가 아닌 자연 에세이라서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거 같다.



내가 아직은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 다시 새로이 알아가는 기회도 되었고,

말은 환경 보호 한다고 나름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최대한 일회 용품을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아침엔 까먹고 안들고 가서 커피를 사먹는 내 모습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일깨우게 되는 기회도 되었다.



앞으로 평생을,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야 하는데 너무나도 무심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책은 생각보다 상당히 두꺼운 편이다.

총 486페이지이고, 외표지가 하드 케이스로 되어 있어서, 출퇴근 하는 동안 책이 구겨질까봐 걱정은 없었다.



"관찰과 매혹, 시간과 기억, 사랑과 상실을 보여주는 인간과 자연의 만남에 대한 에세이 41편"



몇 년 전, 인도에서 어느 호텔 방에 묵고 있었는데 그 방에 웃는 비둘기 한 쌍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호텔은 그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객실 관리인은 비둘기가 만들어 놓은 지저분한 상태를 정리하려고 매일 아침 바닥에 깨끗한 신문을 깔아 주었다. 비둘기들은 에어컨 위의 빈 공간을 통과하여 객실 안으로 비집고 들어와 후드득 날갯짓을 하며 둥지까지 날아가곤 했다. 그리고 나는 한밤이 되면 비둘기가 졸린 눈을 깜빡거리며 잠이 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내가 만약 새를 무서워했거나 새 알레르기가 잇었더라면 그 일이 그렇게나 즐겁지 않았을 테지만, 오히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공간을 함께 나누다니 왠지 모르게 가슴을 뿌듯하게 만드는 은총과 너그러움이 그곳에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호텔 방 안에 새들이 존재한다는 이상한 사실과는 비교도 안되는 감정의 울림이였다. (P.221 / Ep. 18 둥지 상자)



책을 읽을 때 마다 계속 놀라게 되는 부분 중 하나가,

새한테도 감정을 읽고 표현을 한다는 거였다.



웃는다, 졸린 눈을 깜빡거린다...

내가 우리 까까를 보면서 까까의 감정을 읽고 어떻게 표현을 하는 지를 캐치하는 것과 동일한 거라고 생각을 하면

사실 큰 이상한 부분은 아닐텐데, 내가 새를 잘 모르고, 까까가 아닌 다른 동물들이 감정을 표현한다는 거에 깊히 생각을 안해봤어서 그런가?

이 부분이 굉장히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걸 표현해 내는 저자에 대해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중이다. 실은 빛이 다 사그라질 때까지 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잠시 모래로 뒤덮인 엷은 갈색의 숲속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는다. 이제 밤이 내려 앉는다. 우리의 감각은 눈앞에 찾아온 어두운 밤에 맞추느라 한껏 뻗어 간다. 멀리서 수노루가 컹컹 짖는다. 작은 포유류들이 풀 속에서 바스락 댄다. 아주 희미하게 벌레들이 째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히스가 무성한 황야에서 풍기는 따끔한 수지향이 점점 더 강렬하고 끈질기게 따라온다. 에치움 덤불숲을 지날 때 보니 이내 찾아온 밤이 에치움 잎을 더 까맣게, 자줏빛 꽃잎을 더 푸르고 더 강렬하게 변모시켜 덤불은 언뜻 불타오르는 것 같다. 그렇게 숲길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게 된다. 흰나방은 땅에서부터 나선형을 그리며 빙글빙글 날아 올라오고, 왕풍뎅이는 겉날개를 들어 올린 채 뒷날개를 윙윙거리면서 쌩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옆을 지나간다. (P. 410 / Ep. 36 어떤 찬사)



표현력이 어마어마하다.

한 사물에 있어 나의 표현법은 참 단순하고, 최대 사용 단어의 한계가 있는데,

사물이나 어떤 상황에 있어 그걸 묘사하는 방법과, 단어들에 있어 이렇게도 표현을 할 수 가 있구나 싶어, 책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아마 이 책을 읽은 모든 분들이 비슷한 공감을 하리라 생각 된다.



서평 체험을 하게 된 후, 틈틈히 읽는다고 읽었지만,

아직은 이 책에 대해 이해를 잘 하지 못한 것 같아 다시 한 번 날을 잡고 천천히 읽어가보고 싶다.



묘사력과 표현력이 어마무시한 책이였고,

모든 글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결국 어쩔 수 없이 모든 페이지의 모서리를 접고

또 접어야만 했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 -

왜 이렇게 리뷰를 남겼는지 새삼 또 깨닫게 되었다.

이 말 처럼, 하나하나 다시 집중해가며, 마크 해가며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