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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다 - 신시컴퍼니 박명성의 프로듀서론
박명성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4월
평점 :
이럴 줄 알았다 -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김명성. <맘마미아>, <아이다> 등 유명한 뮤지컬들은 그의 손을 거쳐 우리 귀에 들어왔습니다. <아리랑>도 성공시키며 창작 뮤지컬 상품도 무대 위에 올리는 사람입니다. 책을 읽어보니 못 말리는 돈키호테에요. 모두가 2G폰을 생각할 때 아이폰을 내놓은 잡스와 같은 돈키호테 기질이 있습니다.
프로듀서라는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거의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나무위키의 정의를 찾아봤습니다. 프로듀서는 감독이나 연출과도 비슷하면서 자본 조달 등의 돈 문제나 시간에 관련된 문제에 더 일의 비중을 높인 사람이네요. PD와도 약간 다릅니다. <프로듀스 101>에서 말하는 프로듀서와도 다릅니다. JYP소속 가수들이 박진영을 PD님이라 부르는데 그때는 가수 박진영이 아닌 가수를 세상에 내어놓는 일을 하잖아요? 그때 하는 일이 여기서 말하는 프로듀서와도 비슷한 듯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생소한 직업인지라 이 책을 읽으며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프로듀서에 대해 알아보자면 이렇습니다. 프로듀서가 브로드웨이에서 정말 좋은 공연을 봅니다. 그렇다면 ‘이 공연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겠죠. 아무리 공연이 좋아도 그 공연을 우리나라에 덜컥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죠. 주연은 누가 맡고, 음향은 어떤 회사에 의뢰하고, 총감독은 누가 제격이며, 조명, 의상, 마케팅, 수익배분 등 고민할 일이 많습니다. 이 고민을 무대 뒤에서 책임을 지고 해결해주는 사람이 바로 프로듀서입니다.
좋은 공연과 좋은 감독, 좋은 배우 등 무대 위에 올릴 재료들을 찾아보면 다 돈이 듭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숫자에 뛰어난 사람이 프로듀서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박명성은 그런 장사꾼보다는 예술가에 가까운 사람이 프로듀서여야 한다고 합니다. 로맨틱 코미디가 인기라고 해서 그런 공연만 무대에 올리는 프로듀서가 되어서는 안 된답니다.
박명성은 특이합니다. 관객들이 원하고, 또 관객들을 쉽게 모을 수 있는 저런 작품들보다는 ‘역발상’에 해당하는 공연을 많이 제작했습니다. 돈이 되는 작품보다는 오로지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작품을 올립니다. 때문에 그는 성공도 많이 하고 실패도 많이 합니다. 그 실패의 규모가 너무 커서 주변에서 걱정을 해야 할 정도죠. 걱정 정도가 아니라 뜯어 말릴 정도입니다. ‘그를 키운 것은 팔할이 적자’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탁월한 리더이기도 한 저자는 리더십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리더십은 끌고 나가는 게 아니다.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리더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강제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끌고 가면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만합니다. 그 결론이 저 리더십이겠죠.
환자를 보는 저와 제 한의원 식구들에게도 한마디 했습니다. ‘무대예술에서 NG란 없다. 실수는 그 자체로 공연의 수준이 된다. 앙심을 품고 의도적으로 실수를 한 경우는 내가 알기로 없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는 있다’ 환자를 볼 때 NG란 없죠. 실수는 그 자체로 우리 한의원의 수준이 됩니다. 앙심을 품고 환자들에게 실수를 하는 경우는 없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우리 한의원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최선을 다해야겠어요.
책을 읽기 전부터 박명성이라는 사람이 우리에게 하고픈 말이 무엇인지 아주 궁금했습니다. ‘고만고만한 프로듀서로 남을 것인가? 가슴 뛰는 삶을 살 것인가?’저에게 물어보고 있거든요. 저자는 전력을 다해 가슴 뛰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한 회사의 대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전적이고 공격적이네요. 이런 삶이 정답일까 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 봅니다. 저는 저자처럼 너무 공격적으로 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돌봐야할 가정이 있고 지켜야할 직원들이 있는데 제 가슴이 뛴다는 이유만으로 무모한 올인을 계속한다? 저에게 맞는 삶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고민해보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