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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월에 독서교육직무연수를 가게 되었다. 겨울 방학이 교사에겐 달콤한 휴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찬 겨울에 일어나 팔공산 연수원으로 올라가는 것이 고되고 서글프기도 했다.
대구시 교육청에 한원경 장학사님이 계신다. 가끔 연수를 가면 강연자로 그 분을 뵙게 되었지만, 이번 연수에서는 가까운 자리에서 그 분의 강의를 3시간이나 듣게 되었다. 산업이 없는 대구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 중 하나가 교육이라고 믿고 있으신 분이고, 그 교육의 힘은 독서와 영어에서 나온다고 믿는 분이며 현장에서 그 분의 정책에 힘겨워하기도 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열정적으로 실천하는 모습만은 너무도 아름다운 분이다. 예전 학교에서 근무할 때 독서교육에 열의있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분이 자녀를 데리고 토요일날 서점에서 함께 책을 고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인상 깊었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그 분이 추천하신 책이다. 너무나 안타까워하시면서 이런 소설이 탄생할 수 있는 일본이 너무나 부럽다고. 그 분은 독서교육, 도서관 활성화를 추진하셨기에 이 책에서 등장하는 도서관에 깊은 인상을 받으셨으리라. 외국의 도서관은 우리의 딱딱하고 고시생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가득한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책에 나오는 '루트'도 궁금한 점이 생기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본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정보 검색의 장으로 자리잡혀 있는 것이다. 다양한 독서활동의 장이기도 하지만...
루트가 수학선생님으로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수학 문제집이나 과외가 아니었다. 그는 그다지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가슴 따뜻한 할아버지가 되어 준 박사님이 계셨고,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었지만 일본 최고의 수학자에게.. 그것도 실리적 이익을 추구한 학자가 아니라, 진정 수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지게 된 박사에게 매일 매일 1대 1로 공부를 배운 것이다. 단순 문제 풀이식 공부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답을 통해 아이 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을 일깨우고 스스로 탐구하게 한 박사님을 통해서 말이다. 루트는 박사님을 통해 수학적 사고력을 배웠을 뿐 아니라, 아버지가 부재한 속에 자라면서 느꼈던 공백을 할아버지가 되어주신 박사님을 통해 메웠고 깊이 있는 사랑을 한껏 누렸으리라. 그리고 80분 단위로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병을 이해하는 포용력도 키웠으리라. 그는 진정 루트가 된 것이다. 모든 숫자를 다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해지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매력있는 책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을 참 좋아했지만 국어 전공을 하게 되면서 아무래도 수적인 감각에는 둔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 책을 읽어가다보니 왜 그리 독서교육 전문가들이 이 책을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 역시 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부분부분 읽어주며 침이 마르게 이 책을 칭찬해 주어야겠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것들을 나누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