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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소란, 대중의 반란 - 여섯 개의 테마로 본 역사 속 대중 정치의 동학
기유정 지음 / 산처럼 / 2024년 8월
평점 :
보통 역사에서 대중의 의미는 반란을 일으켰지만 실패한 사람들이란 이미지 강하고, 여러 사람들의 집합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역사에서 대중의 진짜 의미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실질적 역사를 이끌어 온 주체, 역사적 맥락 속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 책은 대중이 식민 공간에서 만들어 낸 수많은 소란이라는 이름의 사건들을 다루었고, 이를 통해 대중의 힘에 대해 말을 하고 있다. 특히, 적대적 대중의 경우 그 사회적 영향이 엄청나다.
우리나라 대중들의 군집성은 IMF, 2002년 한일 월드컵 등 나라의 위기 상황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그 힘이 발취되었고, 역사 속에서 그 힘을 발휘한 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3.1운동이다. 조선인의 군집이 일본 사회에 공포감을 주었고, 일본인들에게 꽤 영향을 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백정들의 저항이었던 형평운동 또한 마찬가지이다. 식민 권력이 대중들의 수와 지속성을 경계한 것은 그만큼 대중들의 힘이 엄청났음을 알 수 있고 결론적으로는 실패로 기록되지만 일제강점기 기간 동안 끊임없이 그들의 권력 유지에 위협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 우리는 그것을 꼭 기억해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돌싸움, 줄다리기 등 싸움에 열광하던 대중들의 모습이었다. 국가 속 개인들이 일상의 수직적 권력 구도에서 이탈해 동지와 적으로 나뉘어 철저하게 수평적인 전선 위에서 대중들이 어떤 쾌감을 느끼는지 분석하는 장면들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역사학이 대중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분석하고 기존의 질서를 어떻게 재편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중의 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역사에서 대중들의 힘은 단순히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무엇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힘인가를 보았을 때 우리는 대중들의 힘에 주목해야 한다.
저항이 반드시 조직화된 혁명이나 운동의 형태가 아니라, 소문과 유언, 시장에서의 가격 담합, 또는 집단적인 이주 같은 비가시적 행동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관점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처럼 대중들의 행위와 그 행위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한 점은 역사학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중 폭력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저항, 대항으로 표현되는데 폭력 자체는 어떤 것이든 나쁜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문제를 제시한다. 이 부분은 대중들의 대응 방식을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중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그 안의 저항성과 발전 가능성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꼈다. 이 책에서 '소란'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포함한 것인지 생각해보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중들의 노력과 역사의 주체로서의 힘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