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자도서]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 호기심에서 시작된 ‘진짜’ 역사를 찾아서
유성운 지음 / 드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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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단서를 달고 상황을 바라보면 재미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33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호기심에서 시작된 진짜 역사를 찾아나서는 구성이다. '발해가 정말 화산 때문에 멸망했나?' '흥부가 어떻게 9명의 자식을 먹여 살렸는가'와 같은 내용들을 기후 변화나 공납제도와 같은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설명하기도 하며 하나의 챕터가 짧은 에피소드 형식의 구성이라 수업 중 학생들과 주제별로 한 번씩 읽어볼만한 내용 구성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독자를 이끄는 점에서 기존 역사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호랑이가 사라진 것을 기후 변화와 같은 과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것이 아닌 역사적으로 분석해본다라는 점에서 굉장한 흥미를 끌어낸다. 우리나라에서 호랑이와 관련된 신화나 전래동화가 많은 것도 실제 호랑이가 많아서 그것이 골치아픈 문제(?)였고, 일제 시대에도 이것이 굉장히 무서운 존재여서 일부러 호랑이를 없앴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들이 좀 더 구체화되었다. 단순히 설화로만 알고 있던 부분이 실제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역사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현실이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모피를 둘러싼 여진족과 조선의 갈등에 대해서 좀 인상깊게 읽었다. 최근 '중국의 서진'이라는 책을 읽고 모스크바 공국과 만주족(여진족)에 대한 경계의 역사를 공부하던 중 모피 교역을 위해 러시아가 동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피(초피)의 존재가 조선의 안보에 큰 위험을 가져다 주기도 했고, 이것이 공납제도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통해 모피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가, 생각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사치품이나 교역품으로만 인식되던 모피가 사실상 국가 안보와 외교, 그리고 경제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웠다.

명성왕후가 보잘것 없는 집안 출신이라거나 경종이 성불구였다거나 하는 등과 같이 역사에서 진실로 여겨져 오던 내용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들을 제기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평소 내가 알고 있던 내용들이 선입견이고 고정관념이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 깨달았고, 그만큼 사료와 해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우리가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궁금증과 이를 풀어가는 이야기들을 통해 가능한데 교과서 위주로 접하는 역사내용은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오히려 사고력을 저하시키기까지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역사적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해줄 수 있는 책으로서 가치가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방식의 접근은 역사에 대한 흥미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훈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도 크다고 생각된다.

작가는 '역발상'이라는 용어로 이 책을 정의 내리는 듯하다. 역사에서 이런식의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이런 측면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다각도로 바라보고 사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책이다. 결국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은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는 단순한 역사책을 넘어 사고력과 상상력을 동시에 길러주는 좋은 책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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