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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과학자
이광렬 지음, 킹아이 그림 / 비룡소 / 2026년 9월
평점 :
‘청소년을 위한 가장 흥미진진한 화학 시간 여행’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 책은 독자층을 조금 더 넓게 잡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가독성이 참 좋다. 쉬운 표현과 어휘를 사용하고, 중간중간 노란색으로 하이라이트해 둔 문장들은 눈에 쏙 들어온다. 컬러풀한 사진과 귀여운 삽화들도 한눈에 들어와 글밥이 많은 책인데도 초등 저학년 아이와 함께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한 챕터를 읽고 난 뒤에는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만 다시 읽으며 내용 요약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문해력을 강조하는 요즘 시대에 이렇게 글밥이 많은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요약하고 지식까지 습득하는 것은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데, 이 책은 그 부분을 아주 똑똑하게 미리 준비해 둔 것 같았다.
이 책은 화학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음식, 옷, 집, 의약을 통해 인류의 생활 속에 화학이 어떻게 함께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음식의 화학사에서는 불을 이용해 음식을 익히기 시작한 인류부터 화학 비료와 미래의 식량 기술까지, 우리가 먹는 음식 속에 담긴 화학의 역사를 살펴본다.
옷의 화학사에서는 동물의 가죽과 식물에서 얻은 재료로 몸을 보호하던 인류가 다양한 섬유와 소재를 만들어 온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집의 화학사에서는 흙과 나무로 집을 짓던 인류가 콘크리트와 철근 같은 새로운 재료를 만나 오늘날의 집을 만들어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내가 아이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의약의 화학사>
이 장을 읽으며 아이는 궁금했던 현미경이 발명된 과정을 알 수 있었고, 눈에 보이지 않던 세균을 관찰하게 되면서 세균 감염에 맞서 싸울 항생제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도 함께 알게 되었다.
코로나 베이비라서 세균에 민감한 시대를 살아온 엄마를 닮아 균에 관심이 많은 아이인데, 마침 지난주에 독감에 걸려 독감 접종도 하지 못했던 터라 백신 기술에 대한 부분도 관심 있게 읽으면서 아이의 눈이 반짝반짝했다.
영어를 전공한 문과 출신 엄마지만 고등학교 때 문과와 이과 과목을 함께 공부했던 세대인 나의 호기심도, 과학에 관심이 정말 많은 아이의 호기심도 동시에 채워줄 수 있어서 참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얕게 알고 있지만 아이가 질문하면 정확히 말해 줄 수 없었던 내용들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아이도 나도 같이 똑똑해지는 책이었다.
나는 어떤 책이든 저자의 말을 꼭 읽어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 저자의 말이 맨 마지막에 있다.
아이와 내가 이렇게 호기심 넘쳤던 것은 선조들이 물려준 DNA 덕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바란 것처럼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 주변의 모습과 풍경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음식과 옷, 집과 약 하나하나에도 오랜 시간 인류가 쌓아온 화학의 역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일상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일상의 모든 것들에 숨겨진 화학의 경이로움을 함께 발견하고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