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목균형표 기법의 창시자 일목산인은 평생 받친 노력과 시간에도 불구하고 시세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또한 후세를 위해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균형표 이론을 잘 습득하여 冷暖自知(차고 더운 것을 스스로의 안다는 의미로, 자기 일은 남의 뜻을 듣지 않고도 안다는 뜻)하고, 自力本願(스스로의 힘으로 일을 이루는 것)하며, 任運自在(운에 맞기는 것이 아니라 흐름에 맡기고 마음은 자유자재함)의 경지에 이를 것을 당부했다.

일목균형표의 지표에는 전환선, 기준선, 후행스팬, 선행스팬1, 2가 있다.

기준선은 중기 이동평균선의 역할을 하지만 일수로 26일을 취하며 주가와 위치를 비교하여 정배열인지 역배열인지 보여주고 기준선의 방향으로 추세의 방향을 나타내며 지지와 저항 역할을 하고 시세와의 이격 정도뿐만 아니라 전환선과의 배열 관계로 전환 포인트를 알려준다. 기준선의 경우 상승(또는 하락) 전환하는 날의 일봉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환선은 단기 이동평균선의 역할을 하지만 일수로는 9일을 취하며 단기의 지지선과 저항선 역할을 하고 상승(또는 하락) 추세 중 `하락 시 매수 자리`(또는 되돌림 매도 자리)`를 나타내고 추세의 힘을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일목균형표에서는 매수와 매도의 균형이 깨졌을 때 시세가 크게 움직인다고 보고 그 균형 관계를 기준선과 전환선의 위치 관계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단기/중기 이동평균선 배열의 조합을 활용하는 부분과 유사하다.

후행스팬을 보면 노자 도덕경 제7장의 천장지구(天長地久)편에 나오는 `후기신이신선(後其身而身先)`[是而聖人 後其身而身先, 그러하므로 성인은 그 몸을 뒤로 하기에 몸이 앞서고 - 도올 김용옥 교수 해석]의 `성인은 자신을 뒤에 머물게 함으로 앞서고`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논리의 비약이 약간 있지만, 시세를 뒤에 머물게 함으로써 오히려 시세 예측이 더 원활할 수 있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질문인 것이다.

후행스팬은 과거를 보여주고 선행스팬은 미래를 보여준다. 후행스팬과 선행스팬은 현재 시세를 26일 앞과 뒤로 일정 시간의 폭만큼 배치한 것이다.

스팬이라는 용어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나 일목산인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스팬이 가지고 있는 `교량, 아치 등의 지주 간 거리`라는 의미에 초점을 두어 이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본래의 의미에서는 약간 벗어나지만 ˝지주 간 거리가 그대로 이동한다˝라고 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통계 발표 시에 `전월비` `전년대비` 같은 용어를 사용하여 증감을 파악하는 것도 일목산인이 말한 `스팬`이라는 것과 동일한 개념일 것이다. 여기서 주가를 `절대 가격`이 아닌 이전 가격과 비교하여 상승과 하락의 `경과`와 `위치`를 보여주는 `비교 가격`의 개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후행스팬이 하락 붕괴되는 시세를 보여주는 신호는 매우 강력하다.

한편, 모멘텀은 현재 가격이 N일 전 가격보다 상승하면 양(+)의 값을 갖고 그보다 하락하면 음(-)의 값을 갖는다. 이러한 모멘텀은 가격의 상승 또는 하락 속도까지 알려 주는 장점이 있는데, 모멘텀이 현재 양의 값을 나타내며 0선 위에서 상승 중이라면 가격의 상승폭이 점점 증가함을 의미하며, 이것은 상승 추세가 강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가격 상승폭이 전일과 비슷해진다면 모멘텀의 기울기는 완만해지거나 거의 평평해지는데 이것은 가격이 정점 부근에 이르렀을 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후행스팬은 이러한 모멘텀 계산 방법과 유사한 방법으로 작성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목균형표에는 현제 시세보다 앞선 위치에 그려진 선들도 있다. 바로 선행스팬1과 2인데, 두 선이 중첩된 곳을 `구름대`라고 부른다. 선행스팬은 현제 시세의 움직임이 장래의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때 사용된다. 후행스팬과 반대로 선행스팬은 현재 가격의 움직임에서 산출된 지표를 앞으로 미리 보내고 나중에 이 자리에 와서 다시 만났을 때 당시 시세와 비교를 통해 시장의 균형 등 여러 요소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현재의 가격이 26일 전까지의 움직임에 대해서 얼마나 변했는지 그리고 26일 선행시킨 `구름대(저항띠)`에 대해서 향후 얼마나 변화해 나갈지 살피기 위한 것이다.

일목균형표로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주가가 만들어 온 역사에 의해 현재와 미래가 영향을 받는다는 인과론으로 미래의 흐름을 예측하려는 몇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 가격의 등락폭에 의한 요소(수준론)와 경과 시간에 의한 요소(시간론)를 모두 취하되 시간론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상승 추세는 `매수`라고 하는 벽돌을 쌓아 올려가는 것이고 하락 추세는 쌓아 올린 벽돌을 일시에 무너트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주식시장에서 여러 가지 기법과 패턴을 읽을 때 어떤 때는 잘 맞고 어떤 때는 전혀 맞지 않는 경우를 만나면서 좌절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특정 기간이나 종목 등 특수한 경우에만 적합한 것을 전체 투자에 대입하려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같은 논리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일목균형표는 자연적인 흐름을 중시하므로 거래가 미미한 중소형주나 작전주 등에는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고 대형주나 지수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식을 이론적으로 분석할 때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매우 강력한 차트이지만 강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이론만 가지고는 고기를 잡을 수 없다. 물고기를 잡을 때는 좋은 낚싯대보다 맨손으로든 통발로든 자신만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즉, 아무리 좋은 장비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일목균형표를 포함해 모든 차트는 지나간 과거를 표시하는 지표일 뿐이다. 물론 여러 가지 차트의 특징을 알고 모르는 것의 차이는 분명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식이 많다고 해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같은 주식 시장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차트 지식보다는 기본적인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꾸준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책 한 편에 소개된 도종환 시인의 `산을 오르며`라는 시를 한 번 더 더듬어 본다.


산을 오르며

도종환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을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 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 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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