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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처럼 적정주가 구하는 법
이은원 지음 / 부크온(부크홀릭)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다른 워렌 버핏 서적과 달리 단순하게 버핏이 어떤 기업을 좋아하는지를 설명하는 대신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과 주고 받은 서신을 분석한 내용에 기초하여 어떻게 그 기업의 적정 내재가치를 평가하는지에 대해 대차대조표를 보면서 수치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좋으나,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의미상 무위험 이자율이라고도 함)과 같이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 미국 내 상황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서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회계 관련 지식과 이해도도 많이 부족한 상태라서 저자가 알려주려는 디테일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 것도 많이 아쉽다. 그래도 기업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몇 가지를 배울 수 있었으며 시간을 내 몇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배당수익률, PER, PBR이나 심지어 성장률과 같은 일반적인 잣대들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단지 사업으로부터 창출되는 현금의 크기와 시기에 대한 단서만 제공할 뿐이다.˝
- 2000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편지 중
차트에 근거한 기술적 투자 방법은 논외로 하고, 적정 주가를 판단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달라 보일 뿐 해당 기업 고유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보다 싸게 사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투자 고수가 매수한 종목을 따라서 매수한다 하더라도 스스로 내재가치를 계산할 수 없다면 투자라는 전장에 총 없이 뛰어드는 꼴이다.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실수에 대한 대가를 대신 짊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워렌 버핏의 내재가치 평가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PER, PBR과 같은 기본적인 개념을 알아야 한다.
PER = 시가총액/당기순이익 = 1주당 가격/주당순이익 = 투자금액/회수금액 (내가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가?)
PER은 주당순이익 대비 몇 배에 주가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주당순이익이 향후에도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지금 주식을 사면 몇 년 후에 주가(원금)를 회수할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물론 기업의 주당순이익은 모두 투자자(주주)에게 귀속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PER은 어디까지나 원금의 대략적인 회수 기간을 말해줄 뿐이다. PER을 ROE(자기자본이익률: 자기자본에 대한 이익률로 순이익을 자본총액으로 나눈 값)와 연관 지어 생각하면 단순한 수치만으로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 즉, 성장하는 기업에는 단순 PER 수치만 가지고 적정 가격을 산출하기 힘들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PEG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PER의 약점은 순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왜곡된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맹목적인 PER에 상관없이 순이익이 줄어드는 속도에 따라 실질적으로 회수하는 기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순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PER이 낮다고 싸다고 판단해서는 큰 낭패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낮다고 믿었던 PER이 순이익의 감소를 반영하면서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PBR = 시가총액 / 자본총액 = 1주당 가격 / 주당순자산
PBR은 기업의 순자산 대비 몇 배에 주가가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PEG = PER / 주당순이익 성장률
PEG(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는 PER의 맹점을 보완한 가치 평가방법으로 PER에 이익성장률을 반영해서 계산한다. 피터 린치가 자신의 투자방법을 설명할 때 언급하면서 유명해지게 되었다.
PER과 PBR은 공통적으로 회계적인 이익과 장부가치를 기준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
EV/EBITDA = EV / EBITDA = 시가총액 + 순부채(이자발생부채 - 현금성자산) / 영업이익 + 감가상각비(내가 투자한 금액을 현금으로 회수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가?)
EV/EBITDA(Enterprise Value / 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는 기업을 매수할 때 지불해야 하는 금액(시가총액+순부채)이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영업이익+감가상각비)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워렌 버핏은 내재가치의 계산방법을 대학교육의 투자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대학교육에서 경제적인 면과 관련 없는 부분들을 배제하고 경제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하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투자가치를 계산하려면 먼저 한 학생이 졸업 후 평생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을 추정하고, 여기에서 학교에 들어가지 않았을 경우에 평생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의 추정치를 빼줘야 한다고 워렌 버핏은 말한다. 이것이 바로 초과이익인데, 초과이익을 적정한 이자율로 졸업연도까지 할인한 결과가 대학교육의 경제적인 내제가치라고 소개한다.
대학교육의 내재가치도 기회비용을 초과하는 이익에 집중하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지 않았을 경우에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바로 대학생의 기회비용인데 대학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초과 수입이 바로 대학교육의 내재가치라고 언급하고 있다.
내재가치를 구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운전자본이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반적인 기업활동을 간략하게 보고 넘어가자.
자본이 출자되고 공장이 설립되면 원재료를 구매하여 제품을 생산한다. 생산된 제품은 판매되어 현금으로 회수되며 회수된 현금은 공장의 설비투자에 쓰이거나 다시 제품생산에 사용된다. 원재료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보통 전부 현금으로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유동부채인 매입채무가 발생하게 되고 제품 판매 역시 현금으로 받지 않을 경우 유동자산인 매출채권이 발생하게 된다.
설비투자를 제외하고 기업이 결국 일상적으로 기업활동을 유지해 나가는데 필요한 자금은 재고자산과 판매된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이다. 그러나 원재료를 구매할 때 외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그만큼 자금이 덜 필요하게 된다. 재고자산과 판매된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의 규모는 대차대조표의 재고자산 계정과 매출채권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외상으로 원재료를 구매하는 자금의 규모는 매입채무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은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을 더한 규모의 자금이 기업활동을 할 때 항상 필요한데, 매입채무만큼 돈을 빌려 쓸 수 있는 셈이므로 `재고자산 + 매출채권 - 매입채무`의 현금을 항상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을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이라고 한다.
투자 기업을 분석할 때 운전자본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경영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본의 수준은 항상 매출액과 비교해서 생각해야 한다. 매출액이 증가하면 운전자본의 절대적인 규모 역시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일 과거에 비해 매출액 대비 운전자본의 비중이 증가했다면 이는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을 현금화하는 데 문제가 발생했거나 매입채무를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기간이 짧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받을 돈은 늦게 받고 줄 돈은 빨리 주는 것이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을 현금화하는 데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거래기업의 경영상황이 악화되었거나 거래기업의 교섭력이 강화된 경우이다. 매입채무 역시 거래기업의 교섭력이 강화되어 빨리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서는 원재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운전자본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현금의 규모가 늘어나는 것으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게 변한 것이다.
즉, 경영환경의 변화로 운전자본의 증가가 장기화된다면 일종의 설비투자와 같이 이익을 내는 데 필수적인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워렌 버핏의 입장이다.
또한 버핏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EBITDA(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와 같은 비현금유출비용을 대한 값으로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를 가치평가에 사용할 때 CAPEX(유형자산 투자비용)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CAPEX를 빼지 않은 이익으로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CAPEX를 고려하지 않고 공시된 이익에 감가상각비와 같은 현금이 유출되지 않는 비용을 더해서 계산하는 방법은, 결코 설비자산을 대체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없는, 마치 영원히 변하지 않는 자산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인 것처럼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또한 CAPEX를 고려하지 않는 방식을 단지 주식가격이 너무 올라 어떠한 근거를 갖다 붙여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가격을 정당화시키려는 수작으로 치부한다.
물론 CAPEX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분야도 있지만 제조, 소매, 유틸리티 산업에서는 반드시 이 CAPEX를 고려하던가 EBITDA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EV/EBITDA로 계산된 적정 기업가치는 반드시 해당 기업의 CAPEX 규모를 살펴본 후 참고해야 한다.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 기업의 유형가치를 분석하는 방법을 배운 워렌 버핏은 유형의 가치에 주로 집중하여 투자했다. 그러나 괄목한 만한 투자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형의 가치에만 집중한 나머지 너무도 훌륭한 기업들을 놓친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과거의 아이디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케인즈의 말을 빌어 과거 유형가치 투자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이었는지 토로한다. 그래서 직접 사업을 경영하면서 그리고 훌륭한 경영자들이 경영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본효율이 높은 기업을 둘러싼 장벽에 대한 느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무형의 가치, 즉,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 사업의 위기를 지켜주는 무형의 자산)가 기업을 평가할 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깨달았다고 한다.
단, 자본효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적 해자를 갖추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단순히 부채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자본의 효율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어서 인플레이션에 의해 사업 비용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소비자 독점 기업과 저비용 기업으로 경제적 해자를 지닌 기업들을 구분했다.
또한 워렌 버핏은 배당을 많이 준다든지 배당 정책이 확실하다는 기준으로 주주 친화적인 기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않는다. 기업의 의사 판단에서 주주의 입장이 기초가 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 실질적으로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버핏이 장기적인 가치투자자라서 그렇게 판단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투자자가 본질적인 가치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점을 역설하는 것이다.
워렌 버핏의 포트폴리오에도 거액의 손실을 낸 거래들도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이유는 과거의 편향된 수치에 근거한 미래예측모델을 사용하지 않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버핏이 직접 작성한 주주편지를 보면 일정한 틀 속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공식화되고 정형화된 모습보다는 같은 현상을 합리적인 근거 하에 특유의 유머를 섞어가며 남다르게 해석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현인을 만나 볼 수 있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p.s. 서평의 많은 부분이 본문 내용을 인용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