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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100점의 숨겨진 이야기 - 다섯 살짜리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현대미술
수지 하지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개념 '기다림'>으로 겉표지가 장식된 이 책은 현대 미술작품 100점의 사진과 그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1945년 이후 '공간주의'를 발전시킨 폰타나는 캔버스를 베고 그 행위를 통해 공간을 초월한 무한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려 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작품 같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은 이전의 서양화와는 다른 기법과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원제가 <WHY YOUR FIVE YEAR OLD COULD NOT HAVE DONE THAT> -다섯 살짜리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현대미술- 이라는 점만 보아도 그러한 점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재미있게도 이 책에는 다섯 살짜리 아이가 이 작품을 만들 수 없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작가의 접근방법, 과정, 기법이나 작품의 미술적, 역사적 맥락, 소장처와 유사한 미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설명이 덧붙여 있다.
사진이 발명되고 나서 미술가들은 이전처럼 실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시기까지 자본주의와 상업주의의 영향은 미술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술이 사실의 모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을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20세기 초 낡은 아카데미 전통에 반기를 든 미래주의, 표현주의, 다다, 미니멀리즘, 아르테 포베라와 같은 미술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지만 젊은 미술가들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의 작품은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으며 사회적인 여러 가지 현상들, 즉 다원주의, 영적인 삶, 갈등, 소비주의 등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오브제/ 장난감, 표현/낙서, 도발/짜증, 풍경/플레이스케이프, 사람/ 괴물의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대미술의 전체적인 발전 과정에 대해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몇몇 작품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르네 마그리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들을 작품 속에서 표현한다. <정지된 시간>에서도 증기를 뿜으며 벽난로를 통해 실내로 들어오고 있는 증기기관차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벽난로 위의 촛대 중 하나에는 그림자가 없다. 마그리트는 달리와 함께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화가로 알려져 있다.
마침 리움미술관에서 [칼더전]이 열리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랍스터 트랩과 물고기 꼬리>라는 작품이다. 미로와 몬드리안의 영향을 받은 칼더는 4차원적인 모빌을 통해 기하학적인 추상화를 재해석했다.
플랙털로 유명한 잭슨 폴록의 작품도 실려 있다.마치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보이는 그의 그림은 '드립'기법으로 제작되었는데 <하나:31번>과 같은 자굼을 통해 기조의 미술과는 다른 새로운 기법을 통해 시대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외에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마르셀 뒤샹의 <샘>이나 뭉크의 <절규>, 피카소의 <독서>를 비롯하여 개빈 터크의 <비닐봉지>, 키스 해링의 <크랙은 안돼>, 아이 웨이웨이의 <해바라기 씨>, 사이 톰블리의 <올림피아>, 키키 스미스의 <무제>와 같은 작품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현대미술 작품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 무려 100점이나 되는 작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