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빨간 모자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41
세브린 비달 글, 바루 그림,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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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빨간 모자는 커다란 이야기 그 자체이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는 허무맹랑한 소리로 여겨지는 이야기조차도 아이는 믿는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빨간 모자에 그런 이야깃거리가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빨간 모자를 가지고 싶어한다.

 

우리도 예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아랫목에 누워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또 그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들곤 했다.

그 이야기가 새로울 것도 없이 반복되더라도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함께한다는 그 유대감이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빨간 모자를 쓴 할아버지와 낚시를 가고,

달로 여행을 떠나고,

달에서 모닥불을 피워 사탕을 녹여 먹으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그 시간이야말로

달콤한 사탕 같은 시간이다.

 

할아버지와 지구로 돌아오면서

이번에는 아이가 길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네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의 말을 믿는다.

할아버지의 빨간 모자는

항상 아이의 머리에 있다.

 

 그림책을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그림책이 우리의 마음을 끄는 건 표지의 색깔이나 면지의 색깔 때문이기도 하다. 또는 그림책의 어느 한 장면이나 등장인물들의 말이나 행동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같은 책을 보면서도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이 각각 다르다. 다른 문학 작품들도 그러한 다른 감흥을 느끼게 하지만 특히 그림책은 그 시각적 탁월성 때문인지 그러한 개인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빨간 모자'가 상징하는 것은 할아버지의 사랑, 상상력, 창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의 천진함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온전히 믿고 그 이야기 속 여행에 동참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할아버지의 빨간 모자는 결국 아이에게 전해지는데 그 장면에서 할아버지는 마치 어린아이같이 작게 그려져 있고, 아이는 할아버지보다 더 크게 그려져 있다. 할아버지의 능력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듯하다.

 아이들과 빨간 모자를 돌려쓰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떨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하지 말고 들어주고 믿어주고 인정해주고. 그런 작업을 같이 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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