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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의 일주일
김영봉 지음 / 복있는사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필자가 이 책의 저자 김영봉 목사에 대해 주목하게 된 것은 2015년 미국연방대법원에서 '동성혼 합법화 판결'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글을 읽었을 때 부터였다(본서 p388에도 이 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그런데 그 글은 '칼럼'이 아니라 '설교'였다. 필자는 설교를 하는 목사로서 저자의 행동이 얼마나 힘들고 불편하며 심지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본서에도 나타나 있지만 이 일로 저자는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고 오해도 많이 받았다.
필자는 그 때 그 설교문을 읽으면서 저자의 삶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무엇으로부터 이런 용기가 나올까? 어떤 삶이 설교자로서 이런 설교를 하게 만드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계속 나에게 맴 돌았다. 그러던 찰나에 '설교자의 일주일'을 만나게 되었고, 이러한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을 나에게 해 주었다. 저자가 철저하게 자신의 삶을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살아내려는 몸부림의 과정이 고스란히 설교에 담겨 있음을… 그러하기에 그 설교는 힘을 발휘하고 영향력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된다.
저자는 '설교를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맡은 것이 '비밀'이기 때문이다(p62). 나에게 맡겨진 비밀을 지속적으로 알아가려는 것, 듣는 이들로 하여금 비밀을 비밀로 느끼게 만들어주려는 것, 그리고 회중으로 하여금 그 비밀을 더 알고 싶도록 만드는 것(p62)이 바로 설교자의 의무이자 사명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이처럼 설교를 잘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등장하는 '연설가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역량'인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라는 개념을 통해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바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에토스는 '설교자의 인격'과 연결된다. 설교자가 어떤 '삶'을 사는지가 설교의 질을 결정한다. 그리고 설교는 설교자의 삶을 그대로 투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설교자는 '거룩한 에토스'를 형성하기 위한 몸부림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설교는 맡겨진 비밀이다. 그러하기에 설교자로서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비밀을 경험하고 드러내는 것이다(p103). 그 과정을 반복할 때에 그것은 '거룩한 습관'이 되고 습관은 '거룩한 에토스'로 남는다.
파토스는 '설교의 전달'과 관련 있다. 설교자의 파토스가 어떠한가에 따라 설교가 달라질 수 있고 설교자는 회중의 정서에 호소하여 건강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할 의무가 있다(p177). 설교자의 파토스는 결국 '말씀에 대한 열정'이다. 말씀에 대한 열정은 단순히 텍스트에 갇힌 열정이 아니라 말씀을 듣는 회중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의 자리에서 말씀을 듣고 묵상할 때에 일어나는 열정이다(p195). 더불어 '설교자의 복음적 파토스'는 일상에 파묻혀 도무지 '말씀을 향한 열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회중들로 하여금 '복음의 긴급성과 급박성'을 느끼도록 만드는 노력으로 연결된다(p196). 강단과 회중사이의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파토스'의 역할이다.
로고스는 '설교와 본문사이의 관계 및 설교의 구성과 구상'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 설교자들에게 가장 실제적인 지침을 준다. 아무리 건강한 에토스와 파토스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로고스가 부실하면 "솥 밑에서 가시나무가 타는 소리(전 7:6)"와 같다. 로고스는 공들여 쌓은 에토스가 전달되는 통로이며 건강한 파토스가 사용할 도구라고 저자는 말한다(p259). 본문에 천착한 묵상과 연구는 요리에 비유하면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다. 준비된 재료를 가지고 설교자는 '진리를 담고 있는가? 성경적인가? 은혜를 전하고 있는가? 도전적인가? 실제적인가?'라는 다섯 개의 '영적 레시피'를 따라 정성스럽게 요리한다(p359-366). 그리고 요리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그릇을 선택하듯 회중에게 잘 전달 될 수 있는 '글의 형식'을 선택하여 설교문을 잘 작성해야 한다.
저자는 '설교는 무거운 영예'라고 말한다. 이 한 문장에 나의 마음을 다시 다 잡는다. 하나님께서 나를 목사로 부르신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마음에 다짐하게 된다. 그 영광스럽고 고귀한 일에 나를 부르셨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설교에 걸맞은 삶을 살고 있는지, 한눈으로 '성도들의 삶'을, 다른 한 눈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p420) 그 둘 사이의 다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나를 드리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목사라면 반드시 읽어 마땅한 책이다. 목사가 아니어도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목사가 아닌 성도들은 이 책을 읽어가면서 '설교가 들려지는 자리'에서 나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점검하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한 번 '기본기'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과의 만남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설교자로서, 목사로서 한 뼘 자라가는 나의 모습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