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뇌 영혼 신 - 심리학과 신앙에 관한 허심탄회한 대화
말콤 지브스 지음, 홍종락 옮김 / IVP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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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신앙과 과학의 대척점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제도권 교육을 받는 '학생' 신분일 때는 철저한 이원론적 삶(?)의 방식을 고수했다. 학교에서는 '무신론에 근거한 진화론'을 기저로 한 과학을 공부하면서 교회에 와서는 그 '세속의 때'를 말씀과 기도로 씻으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만 들어가면 그까이꺼 '과학' 나하고는 상관 없는 것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왔다.?

 

그런 내가 최근 '과학'과의 심심찮은 조우로 마음이 꽤 불편하게 되었다. 우종학 교수님이 쓰신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기자에게 따지다' 라는 책을 만나면서 이른바 '창조과학'이라는 것이 한 줄기가 아니라 그 속에서도 여러 지류다 있고 그 속에 치열한 논쟁과 그리스도 인으로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지적 논의들이 가득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내가 알고 있던 국내 '창조과학'의 전부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젊은지구론'이 한국 교계에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여러 그리스도인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전폭적인 비판(?)을 받을 여지도 다분히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신앙과 과학의 문제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고 결국 성도들의 신앙관을 뒤 흔들 만큼 위력적인 문제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목사로서의 관점을 분명히 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신앙과 과학'에 대한 고민과 공부가 필요함을 직시하게 되었다. 그 찰나에 '마음, 뇌, 영혼, 신'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의 부제가 '심리학과 신앙에 관한 허심탄회한 대화'이지만 사실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심리학은 '뇌과학, 신경과학' 등에 기반을 둔 이른바 '과학심리학'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과학과 신앙의 대화'로 바꾸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워낙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고 '상담심리'를 전공한 내가 '심리'라는 단어만 보고 이 책을 집어 든 것에 무한한 후회를 하면서 한장씩 책장을 넘겼다. 끝까지 다 보기는 했지만 사실 머리에 남는 것이 많이 없다. 너무나 방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뇌와 마음의 관계, 종교성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결정적인 것인가에 대한 논의, 신 존재에 대한 인식이 이른바 '뇌 영역'이라고 부르는 뇌의 부분에서 만들어진 체계가 아니냐는 논쟁, 영성은 실측 가능한 것이고 여러 생화학적 반응의 결과라는 과학자들의 결론에 대한 또다른 반론 등 생물학에서 문화인류학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을 저자가 한 제자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말콤 지브스는 '뇌-마음'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인간은 '심리생물학적 통일체'이므로 뇌와 몸의 물리적 기초에서 벌어지는 일과 정신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 사이에는 놀라운 상호의존성이 있는 것(p54)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하는 자신을 '이중 양상 일원론자'로 소개한다(p55). 이러한 저자의 견해는 그가 데이비드 마이어스와 공저한 '신앙의 눈으로 본 심리학(1995, IVP, 박원기 역)'에서도 드러나는데 저자가 가지고 있는 인간관의 바탕은 구약성경에 나타난 '인간 본성의 이미지'이다. 히브리 성경에서 영혼을 지칭하는 단어 네피쉬는 '육체적으로 살아 숨쉬는 피조물, 실제로 만저볼수 있는 물질적인 사람을 나타낸다. 이것은 영육 이원론을 말하는 플라톤의 불멸하는 영혼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신앙의 눈으로 본 심리학 p43).?

인간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에 대한 부분을 저자가 강조하는 이유는 이 책에 나타난 과학적 실험과 연구를 통해 얻게 되는 인간의 뇌를 포함한 물리적 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서는 결국 '관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심리 과학자들이 '마음, 영혼, 신 이해'와 같은 이른바 '정신 작용'과 관련된 문제를 '신체 생리적 작용'과 분리된 개념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이른바 '영육 이원론'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연구 결과들은 그러한 관점을 옹호하는 쪽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저자는 '신앙'에서 '과학'을 몰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전문 분야'에 자신의 신앙적 관점을 분명히 하고 논쟁하고 분별해 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도리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이 저자(교수)와 제자(갓 대학을 들어간 크리스천 심리학도)사이의 대화로 설정하여 쓰여진 이유도 바로 '성경적 관점'을 가지고 필드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쏟아지는 데이터와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진리를 수호하고 논증해 내는' 역할을 후학들에게 도전하려는 의도가 녹아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학문분야에서 특히 과학 분야에서 그리스도 인으로서 태도와 학문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보아야 할 책이다. 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 분야의 역사적 흐름에서부터 최신 동향을 아우르는 동시에 앞으로 연구의 방향과 흐름에 대해서까지 집어 주는 저자의 혜안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상아탑에 갖힌 하나님'을 인생의 실재 가운데 호흡하며 다스리는 창조주로 드러낼 수 있을지를 발견케 하는 이정표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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