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더디 온다 - 말씀에서 말씀으로 살아 낸 사막 교부와 교모의 인생 가르침
사막 교부와 교모 지음, 이덕주 엮음 / 사자와어린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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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교부와 교모들의 금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형편과 도무지 맞지 않는 이야기로 나열된 듯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곤욕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힘겹게 더디게 읽혔던 이유는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격렬하게 이 글들을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예수님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하셨지만, 나는 이미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를 걱정하고 있는 삶에 익숙해 있습니다. 그러니 예수의 가르침을 날 것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그 가르침을 숙성시킨 사막의 교부와 교모들의 말이 순순히 받아들여질 리 만무했겠지요.

 

수도자들 중에는 산에 있으면서도 도시에 있는 것처럼 사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시간만 낭비할 뿐입니다. 반면에 군중 속에 살면서도 홀로 있는 것처럼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군중 속에 있어도 홀로 사는 것처럼 자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p184)라고 말했던 교모 신클레티카의 말처럼 시대의 문제가 아니고, 장소의 문제도 아닌 결국 내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머물러 있음의 영성, 오직 하나님께만 초점 맞추는 삶에 전부를 드렸던 사막의 교부들과 교모들의 가르침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보다 빠르게 정보에 접근하고, 먼 곳도 과거보다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신속성의 시대에 더디지만 바른 지식을 얻는, 천천히 다가가지만 정확한 곳으로 가는 법을 우리에게 제시합니다. 사막의 교부들과 교모들은 우리에게 바른 길을 제시합니다. 그 길이 비록 더딜지라도 말이지요.

 

교부 시소에스의 하나님을 찾으십시오. 하나님을 계신 곳을 찾지 말고.”(p294)라는 말씀을 패러디 해서 이 수많은 영적 거장들의 가르침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게 되겠지요.

 

평안하십시오. 평안이 있는 곳을 찾지 말고.

인내하십시오. 봐 줄만한 대상을 골라 인내하려 하지 말고.

사랑하십시오. 사랑할만한 대상을 찾아 사랑하려 하지 말고.

 

급변하는 시대 가운데 표류하는 나의 영성에 키잡이가 되어 주는 책이었습니다. 과속하지 않고 찬찬히 지금까지의 신앙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하는 깨달음은 더디 온다이 책을 수 많은 신앙의 동지들에게 권합니다. 반드시 경험하실 겁니다. ‘읽는 진도는 더디지만, 더딘 만큼 가치 있는 글들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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