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붉은 별 - 개정판
에드가 스노우 지음, 홍수원 외 옮김 / 두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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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중국. 공산당이 이끌던 붉은 중국’(Red China)은 중국 국민당에 철저하게 봉쇄되어 있었다. 그래서 누구도 중국 혁명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에드거 스노의 말처럼 지구 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의 바로 중심부에서 투쟁을 벌여 온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철옹성처럼 빈틈없는 뉴스의 봉쇄망에 갇혀 외부와 단절되어 있었다.”


자연스레 홍군을 둘러싸고도 온갖 소문이 떠돌았다. 홍군을 단지 비적으로 치부하거나 소비에트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홍군이야말로 중국의 온갖 악폐를 떨쳐 버릴 이들이라고 찬양하는 이들도 있었다. 에드거 스노가 한 장의 소개장만을 믿고 붉은 중국으로 향한 것은 이런 소문의 실상을 직접 확인하고 해답을 얻기 위해서다. 그가 서방 기자 최초로 중국공산당과 마오쩌둥의 알려지지 않은 행적을 기록한 책이 바로 <중국의 붉은 별>이다.

 

에드거 스노가 기록한 중국 공산당의 모습은 이상적인 정치집단에 가깝다. 중국 공산당의 지배하에 있는 농민들은 더 이상 세금을 내지 않고, 빚 때문에 지주에게 집과 토지를 뺏기지 않으며, 누구도 가르쳐 준 적이 없었던 한문을 배우게 됐다.


농민들도 공산당을 열렬히 지지한다. 자신들은 감자와 풀뿌리로 연명하면서도 곡식을 공산당에게 주고, 어린 아이까지 죽음을 각오하고 홍군에 합류해 싸운다. 고작 15살인 홍군의 한 병사는 농민들이 홍군을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는 에드거 스노의 말에 이렇게 답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수천 켤레, 아니 수만 켤레의 신발을 그들 손으로 만들어 주었어요. 여자들은 우리에게 군복을 만들어 주었고, 남자들은 적의 동태를 정찰해 주었고요. 홍군에 아들을 입대시키지 않는 집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니 백성들이 우리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죠.”

 

에드거 스노는 자신이 목격한 붉은 중국의 모습을 바탕으로 중국 혁명의 성공을 예언한다. “이미 중국에서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친 민주적인 사회주의 사상도, 또 그 뒷면을 떠받치는 에너지도 결코 파괴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드거 스노의 예언은 오늘날에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그의 말처럼 중국 공산당은 마침내 승리했지만, 그들의 이상이 중국에서 실현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중국 공산당의 노력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라는 비극을 불러왔다. 그 후에도 혁명 초기의 순수한 이상과 열정은 갈수록 변질되어 갔다. 오늘날의 중국 공산당은 사실상 자본주의를 받아들였고, 빈부격차와 인권탄압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변질되기 이전의 중국 혁명을 기록한 <중국의 붉은 별>을 읽는 것은 씁쓸하기만 하다. 혁명 초기의 모습이 빛났던 만큼 오늘날 중국의 현실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안타까움은 다시 생각으로 이어진다. 혁명의 이상과 혁명의 현실 사이의 괴리는 왜 발생하는가. 혁명은 끝내 변질할 수밖에 없는가. 인간의 이기심은 모든 혁명을 부패시켜버리는가. 어쩌면 혁명 자체에 어떤 모순과 문제가 내장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혁명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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