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킥복싱 - 터프한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난생처음 시리즈 1
황보름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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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인생에서 발차기를 정확한 자세로 잘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할까. 그런데도 그냥 잘하고 싶은 거다. 목표를 세우고 그걸 향해 나아가는 자체가 좋다.”-<난생처음 킥복싱> 178쪽 중에서

 

킥복싱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나는 조금 뜬금없게도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내 인생에서 딱히 중요하진 않지만, 잘해도 별로 득이 될 일이 없지만, 그래도 잘하고 싶은 것. 정말 좋아하는 것. 저자에게 그게 발차기(킥복싱)라면 나한테는 노래다.

뭔가를 잘하려면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생업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데, 내 인생에 크게 필요하지도 않은 취미 생활을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려면 그 취미를 좋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취미를 위해 그만큼의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게 쉽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그랬다. 2년 전에 두 달 전쯤 보컬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있다. 그냥 노래를 좋아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정식으로 노래를 배우려니 만만치 않았다. 언제 숨을 쉬고, 어디서 가성을 써야 하는지를 계속 신경 쓰면서 부르다 보니 노래를 즐길 수가 없었고, 딱히 실력이 느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고작 두 달 만에 보컬트레이닝을 그만뒀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후회가 남는다. 이 책의 막바지에 나오는 저자의 친구처럼 당시의 나도 회사에서 일에 관련된 대화가 아니면 말 한마디 안 하고, 무표정으로 일만 하다가 퇴근 후에야 처음 웃을 때가 많았다. 저자의 친구가 체육관에서 웃었다면 나는 음악학원에서 웃었다는 작은 차이가 있지만, 나는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다.

노래 선생님이 가끔 내게 노래를 잘하려면 입꼬리가 올라가 있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입꼬리가 내려가 있냐. 회사에서는 웃을 일이 없냐고 물었는데, 실제로 회사에서 웃을 일은 거의 없었다. 웃을 때라면 마음을 감추기 위해 어색한 웃음을 짓는 것 정도일까. 노래는 어렵고, 잘 느는 것 같지도 않지만, 그래도 노래를 부르고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던 그 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즐거운 시간이었다.

노래도 별로 안 늘었다고 생각했지만, 노래방을 함께 간 주변 지인들은 노래가 왜 이렇게 늘었냐. 나도 그 학원 다닐까 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원하던 만큼은 아니어도 노래가, 특히 성량은 확실히 늘었다는 걸 나도 느낀다.

원래 뭔가를 잘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한순간에 눈에 보일 만큼 실력이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노력하면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게 된다. 그러니까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하는 일이 단기속성으로 자격증을 따는 일이 아님을 이해하게 된다. 긴 시간의 기다림과 부단한 버팀이 필요한 일”(225)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모든 일에는 기다림과 버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견뎌야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물론, 이건 모두 그 기다림과 버팀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을 좋아할 때 이야기다. 다시 노래를 배우고 싶은 걸 보면 나는 노래를 그만큼은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취미를 갖는 건 꽤 피곤한 일이고, 때론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시작했다가 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그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감수할 만큼 그 일을 좋아한다면 기꺼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취미는 팍팍한 일상에 자그마한 웃음을 주고, 아주 조금이나마 나 자신이 성장할 기회를 주기도 하니까. 킥복싱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 취미를 갖는 건 우리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니까. 그러니까 나도 올해는 다시 노래를 배워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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