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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 평가로 깊어지는 수업 - AI 시대, 학생 주도성을 살리는 질문 중심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의 모든 것
이은총.장은선 지음 / 푸른칠판 / 2026년 8월
평점 :
2026년 교육부 선도학교인 ‘질문하는 학교’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질문탐구 수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질문탐구 수업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질문이 탐구로 이어지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먼저 질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자, 질문해 봅시다.”라고 한다고 해서 좋은 질문이 쏟아질 리 없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실험 수행평가에 ‘질문’을 넣는 일이었다. 실험을 수행하면서 생긴 궁금증을 한 가지 이상 작성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질문의 수준이나 질을 평가하지 않았다. 질문을 작성하기만 하면 점수를 주었다. 그랬더니 거의 모든 학생이 질문을 작성했다.
학생들의 질문을 하나씩 살펴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기도 했고, 실험을 조금만 확장하면 새로운 탐구로 이어질 수 있는 질문도 있었다. 반대로 학생이 어떤 오개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질문도 있었다. 질문은 단순히 학생의 궁금증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어디까지 사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평가 자료가 될 수 있었다.
첫 번째 수행평가 이후에도 실험을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작성하게 했다. 그러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결과 확인에 머물던 질문들이 점차 변인을 바꾸거나 원인을 추론하고, 새로운 실험 가능성을 생각하는 질문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질문의 질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이 보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질문하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만들어졌는데, 이 질문을 어떻게 실제 탐구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
이러한 개인적인 고민을 가지고 이은총·장은선의 『질문과 평가로 깊어지는 수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앞부분에는 ‘학생 주도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학생 주도성’이라는 말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처음 들으면 너무나 좋은 말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실제 교실에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 수업을 주도하면 좋은 수업인가? 그렇다면 교사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접한 ‘교사 주도성’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학생의 주도성을 강조하기에 앞서 나는 과연 내 수업을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시키려는 ‘교사 주도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했다.
메타인지에 대한 부분에서도 비슷한 의문이 들었다. 메타인지의 중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실제 교실에서 자신의 학습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조절할 수 있을 정도의 학습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자칫 ‘학생 주도성’이나 ‘메타인지’ 같은 말들이 교실의 현실과 동떨어진 좋은 말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책에서 만난 다음 문장은 오래 남았다.
“교사의 전문성 역시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완성되어 고정되는 무엇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해 가는 여정이다.”(p.28)
이 문장에는 크게 공감했다. 좋은 수업의 정답을 찾는 것보다 지금의 수업에 안주하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계속 시도해 보는 것이 교사의 전문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깊이 있는 학습’에 대한 설명도 수업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깊이 있는 학습은 단순히 더 많은 지식을 배우거나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사전 지식 및 경험과 연결하여 온전한 자기 지식으로 만들어 가는 학습이다.(p.29)
이를 위해서는 결국 두 가지 질문이 중요하다.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개념적 이해’이다. 개념적 이해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념 간의 관계와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새로운 상황에 일반화하고 전이할 수 있는 수준의 이해를 의미한다.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일수록 모든 정보를 기억하는 것보다 정보를 연결하고 구조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으로 이어졌다.
“AI 시대에도 개념적 이해가 여전히 필요한가?”
요즘 학생들은 종종 “이런 것도 배워야 해요? AI한테 물어보면 다 나오는데요.”라고 말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AI 시대이기 때문에 개념적 이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AI가 만들어 내는 사고의 획일성, 사고를 외부에 맡겼을 때 발생하는 인지적 공백, 그리고 실제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면서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부분을 읽으며 깊이 있는 학습과 AI 시대의 교육을 연결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AI가 답을 빠르게 제공할수록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암기하는 능력이 아니라 AI가 제시한 답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자신의 기존 지식과 연결하여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결국 ‘깊이 있는 학습 → 개념적 이해 → 전이 → AI 시대에 필요한 학습’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는 10월에는 ‘질문하는 학교’의 확산을 위한 공개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요즘 가장 큰 고민 역시 수업의 흐름이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라고 요구하는 수업이 아니라, 수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이 탐구로 이어지는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수업 설계 부분을 특히 꼼꼼하게 읽으며 실제 수업에 적용해 보고 있다.
물론 책 한 권을 읽었다고 갑자기 대단한 수업이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번의 공개수업으로 ‘질문탐구 수업’을 완성할 수도 없다. 다만 수행평가에 질문 한 줄을 추가했던 작은 시도가 학생들의 질문을 조금씩 변화시켰던 것처럼, 지금의 또 다른 시도가 내 수업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은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질문, 탐구, 평가, 개념적 이해가 어떻게 연결되어 깊이 있는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최근의 교육 담론도 떠올랐다. 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그 많은 답안을 누가 채점하느냐”는 질문이 나오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너무 쉽게 “AI가 채점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평가는 단순히 학생의 답안에 점수를 부여하는 행위가 아니다. 학생이 무엇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학생의 사고를 드러내며, 다시 질문하고 배우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AI가 채점할 수 있는가를 논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무엇을 평가하려는가? 그리고 그 평가를 통해 학생에게 무엇을 배우게 하려는가?
『질문과 평가로 깊어지는 수업』을 읽으며 결국 다시 나의 수업으로 돌아왔다.
질문하게 하고, 질문을 들여다보고, 그 질문이 다시 탐구로 이어지게 하는 수업.
아직은 그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학생들의 질문은 처음부터 깊지 않아도 된다. 질문할 수 있는 교실을 먼저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질문을 교사가 놓치지 않는 것. 어쩌면 깊이 있는 수업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서평이벤트아 참여하여 도서를 증정 받아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