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오브제>, 이재경 (갈매나무)“사물 뒤에는 문화적 맥락이 쌓여 있을 때가 많다. 사물에 붙은 이름과 그것이 일으키는 심상도 그 맥락들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읽는 텍스트는 거기 등장하는 사물들 뒤의 사연들까지 모두 합쳐서 완성된다. 사연까지 다 알아야 다 읽는 것이다. 불가능한 얘기다. 네버 엔딩 스토리다. 누구보다 번역가가 그걸 실감한다. 번역은 텍스트를 뜯어 읽는 작업이기 때문이다.”이재경 번역가은 언젠부터인가 번역 작업 또는 사적 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심상찮게 마주친 사물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번역 텍스트에서 처음 접한 사물을 하나 둘씩 기념품처럼 수집하며 소소한 설렘을 느꼈다. 처음에는 사물의 물성을 바라보았더라면 시간이 흐르며 그것은 감성이 모인 연못에서 피어난 연꽃 같이 아름다운 하나의 취향이 되었다. 개인적인 컬렉션에 기대어 우리는 각자가 사는 시간과 세상을 말한다.<설레는 오브제>는 이재경 작가의 설레는 사물들의 과거를 다시금 함께 겪겠다는 의지와 여정이 담긴 책이다. 사물을 매개로서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지식과 감상이 얽힌다는 여행 감상문을 시작으로 한 발짝씩 작가와 함께 취향이 담긴 골목 골목을 따라가보자!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사물은 ‘나팔축음기’였다. 요즘엔 음악도 전부 핸드폰 어플로 듣지만, 음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의 진동을 피부결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각과 실제를 바라보는 건 경이로운 경험이다. 그래서 턴테이블로 켜는 LP가 감성을 뛰어넘어 심상을 품게 하는 데에서 매력적인 것이다. 축음기는 원반형 녹음 매체(음반)에 기록된 소리를 재생하는 장치다. 디지털 혁명 이후에 태어난 MZ세대 중에는 축음기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 드물 수도 있다. 디지털화는 물건의 물성을 없애고 물건 자체를 없앤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기들은 빈티지가 되어 기능은 사용할 수 없는 채로 외관만 유지되며 그때의 디자인이 소비되고 있다.축음기의 물성이 만들어내는 감동이 그립기도 하다. 작가는 축음기에서 흐르던 잡음 섞인 뱃노래를 1960년대 한국의 갈래머리 여학생들의 노래로 기억한다. 심상의 연결은 시공을 초월한다는 말을 직접 체감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이제 축음기는 영화 속 과거의 판타지로만 기억할 수 있는 것인지, 매개자로 아날로그 시대의 물성이 힘을 더 낼 것인지, 오브제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곁에 두고 싶어진다.*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galmaenamu.p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