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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ㅣ 창비시선 472
최지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최지인 (창비)
세상이 우리로 하여금 삶을 밀어내게 하는 건지, 우리가 삶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살아남은 사람은 미세하게 찍혀 있는 점을 어렵사리 통과해 작아져 움츠려 있다. 누가 강하다고 하나.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와 똑같이 보드랍고 맨질한 손으로 꼬옥 쥐고 있던 소중한 것들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남몰래 흘린 눈물길 따라 도착한 곳. 까만 눈으로 숨 쉬는 공기는 매연이 되어 버렸고 헛기침을 자꾸만 토해낸다. 밤이라도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이 결국 내가 기대했던 청춘이었던가.
아름다운 것은 모두 아프다는 걸 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미래와 불안한 사랑의 감정을 겪으며 “나는 벌써 백발이 되었다”. 이미 다 산 것 같은 마음, 백발이 되어버린 청춘. 하루하루가 불안한 나날이 이어질 때 ‘오늘의 운세’ 같은 것에 기대기도 했을 것이다. “쪽배가 큰 파도를 만나 예상치 못한 일로 변고를 당할 수 있다/그러나 절대 불의를 행하지 마라”.
너’는 “슬퍼지지 않는 것 따위는 삶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네가 거기 있다는 걸 알 수 없”어 불안하고 슬프다. 슬픔조차 서성인다.”
아프다는 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낭만은 당장의 생계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현실은 자주 낭만을 짓누른다.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우는 너에게 그만두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 주체의 현실이다. 더 슬픈 것은 그들에게 “계속 일할 의지 계속 살아갈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슬픔을 한 글자씩, 한 줄 한 줄 적어가는 것이 삶을 완성시키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별 거 없는 오늘의 하늘도 구름을 띄어 보냈듯, 한 숨을 내쉬는 게 우리가 오늘 하루 하면 되는 전부라는 걸. 어디로 흘러가는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샌가 감겨져 있는 두 눈이 벌떡 뜨이고 구름은 사라지고 없다.
이런 게 생이란 건가 도통 모르겠어, 원래 사랑은 다들 이런거야?, 사는 건 왜 이렇게 눈물 짓게 하는 거니. 그냥 풀숲 위에 온몸을 내던져 두 손을 받치고 어깨를 벌려 하늘을 바라보면서 너와 함께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거, 그런 거. 원래 하얗고 깨끗했지만 구겨지고 얼룩진 봉투라도 괜찮으면 그속에 담아 우리 구름에 실어 보내듯 살자,고 말하는 최지인 시인.
일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일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일하다 사랑에 빠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changbi_in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