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고백들 에세이&
이혜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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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고백들>, 이혜미 (창비)

‘올해는 어떤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싶을까’ 이 생각 하나를 챙기고서 한 권씩 마주해왔다. 어떤 책을 좋아하냐는 질문만큼 나란 사람을, 나의 인생을 전부 담을 수 있는 짧은 물음은 없다. 2022년의 나를 설명해줄 수 있는 첫 번째 책은 장하은 작가님의 <네가 번개를 맞으면 나는 개미가 될 거야> 였다. 그리고 두 번째 책은 바로 <식탁 위의 고백들>이다.

자극적이었다. 그동안의 나의 삶이. 마치 하얀 피부가 한여름 바닷가에 오래 서있으면 장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홍조가 올라오듯이 말이다. 그때 남겨진 흔적은 주근깨가 되어 여전히 내 자리를 맴돈다. 그래서 오늘 녹빛의 레이저로 태웠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표지도 초록색이구나. 레이저는 아프지 않았다. 그 빛은 서서히 피부 안으로 스며들었고, 이 책에 시나브로 냄새가 새어나왔다.

‘자연스러움’. 올해 추구할 것. 좋다 좋다 좋다. <식탁 위의 고백들>이. ‘2022년에 넌 어떤 글을 좋아했니?’라고 스스로 되묻게 되었을 때 꼭 이 책을 펼쳐봐야지.

“그래, 적당히 끝낼 수 있다면 그게 마음일까.”

넘치고 과격하게 진동하는 그에 대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그대로 담아내는 이혜미 작가님의 문장이다. 자연스럽다는 건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다는 것 같다. 모든 것이 과하다고 해서 인위적인 게 아니라 그 모습으로 중심이 잡히면 주위의 파동이 진정된다.

“그때여서 가능한 고백들이 있었다. 잎사귀였던 여름의 기억을 간직한 꿈처럼. 페스토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속기록 같다. 슬픔과 기억과 약간의 빛으로 반죽된 잠시를.”

슬픔에도 빛이 있었는지는 몰랐네. 기억에도 빛이 나온다는 건 오늘 황홀한 오로라를 보고 온 날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가끔 영화에서 지하 창고에 몇 백년 묵은 책을 펼쳤을 때 눈이 부시게 강렬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내 일기를 펼쳤을 때 눈을 감아버리면 되는 건가. 꼭 이혜미 작가님의 문장처럼 기록하고 싶다.

열정적이라서 마음인 거고, 눈물빛은 반짝이고 있고, 부재로 인해 존재가 선명해진다고 하는 이 위로의 반죽들.

“그날엔 일부러 아무 음식도 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어떤 슬픔도 내어줄 수 없는 시간에 도착한 것을 알았기에. 카레 냄새는 없음으로서 더욱 선명히 현재를 증명했다.”

꼭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기로 한 결정도 큰일을 해낸 것이라 하셨다. 침묵과 부동이 정체성을 선명하게 비추는 태양이라 한다면, 가만히 그곳 아래서 상처를 태우고 있어도 좋겠다.

올해 나는 식탁 위에서 가장 솔직해졌다. 스스로 칭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changbi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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