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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입니다, 고객님 - 콜센터의 인류학
김관욱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사람입니다, 고객님>, 김관욱 (창비)
‘스낵 키즈츠키’라는 일본 드라마를 봤다. 그곳은 상처받은 사람만이 찾아갈 수 있는 스낵바다. 1화 속 스낵 키즈츠키를 찾은 첫 손님은 콜센터에서 일하는 니키타. 고장난 테이블을 받은 고객이 힘겹게 조립을 다 하고서 그것을 알게 되었다며 클레임을 걸어왔다. 숨이 차도록 니키타에게 불만을 마구 뱉어내는 그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매뉴얼대로 상냥하게 대응하는 니키타를 보며 내 숨이 모두 빼앗긴 듯 하였다.
그 순간 니키타를 알게 되었다. 콜센터 직원을 보게 되었다.
책은 “사람 속에서 사람과 함께하는 철학”을 하는 것이고, “참여적 관찰을 통해 배운다”며 한국 사회에서 콜센터 산업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이고, 이것이 여성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밝힌다. 1970, 80년대 여성 공장원의 삶이 50년이 지난 현재 콜센터 상담사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들의 흡연율이 왜 높은지 현장에서 찾아본다. 감정 이상의 노동 현장인 콜센터에서 상당원이 겪는 노동 환경, 고객과 상사, 동료들과의 갈등을 실제 경험담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어떤 직장도 불가분한 고질적인 문제는 동료와의 갈등이다. 그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은 누군가 어떤 이유로 감춰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콜센터 상담사도 마찬가지였다. 철저히 실적 위주의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는 노동 환경에 담겨 있지만, 그로 인해 실제로 상담사들 사이에서 극단적인 따돌림이 일어나는 상황까지 떠안아야 한다. 고객과 상사에게 을의 위치에서 수동적으로 당하는 존재로 인식해왔지만, 을들끼리 살아가기 위해 서로 물어뜯는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이 작동하는 사실이 명백했다.
셔틀, 스팟 프로모션 등 상담사 간의 경쟁 심리를 이용하며 그들끼리 내기를 하게 만들어 업무 효율을 늘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러한 경쟁체계의 결말은 상담사들이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다투며 갈등이 발생하는 것. 감정 노동이란 것이 쏟아낸 감정을 다시 채우지 못하게 마음을 찢어 가며 상처 구멍을 크게 만드는 거였다.
“내가 지고 싶지 않은 대상은 폭언을 하는 고객도, 강압적인 상사도, 외면하는 동료도 아니다. 이러한 개인들을 점차 확산하게 만드는 사회와 문화에 지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때론 오랫동안 그래왔다고, 힘든 거 알지만 이제와서 바꾸기란 불가능하다고 하는 말들이 불쾌한 건 맞지만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을 ‘문화’로 지칭하는 것은 반대한다.
“사실 나는 인류학자임에도 사회의 어두운 면에 문화라는 용어를 적용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문화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기보다는 이것이 진짜 원인을 가리고 해결 불가능성을 은연중 강조하려는 상투적 전략이 아닐까 싶어서 였다.”
문화에는 시간이 축적된 흐름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개개인의 힘과 노력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벽이다. 이 사실이 지금 시점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스쳐 지나가게 한 흐름 같은 것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changbi_in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