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생각한다 창비시선 471
문태준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은 생각한다>, 문태준 시집 (창비)

아침엔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나 아침의 생각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문태준 시인 주위로 떠다니는 구름은 무슨 모양일까.

나른한 고요를 다 쓴 여름날 오후에 들려오는 그늘진 하품 소리. 햇별 드리우는 그의 아침 메아리가 참으로 갸륵하다. 엄지 문진으로 붙잡고 있는 페이지의 파동 위로 때마침 짙은 노란색의 열매가 떨려 온다.

탱자나무 였을까. 그 사이로 솟아난 일직선의 가지들이 마치 시절詩節 같다. 그 위에 앉아선 오늘의 작은 새는 그저 당일의 시인 같다. 새와 탱자나무가 있는 집에서 산다는 그에게서 태양이 뜨면 시를 쓴다는 목소리가 들려 온다.

바다의 만리, 그곳의 내부 같이 긴 테이블에 당신과 마주 앉았다. 서로를 건너편 끝에 앉혀놓고, 테이블 위에 놓아둔 우주의 만물. 운명이란 건 바로 앞에 보이지만 손만 뻗는다고 이어질 수 없는 것. 지구를 담은 채 차가워진 걱정을 달래기 위해 상상 속에 부풀려진 돛을 펼친다. 이대로 외로운 저녁별에 갈매기 치는 물보라에 담그러 가본 적 있는 사람. 항로를 전부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젖은 흰 셔츠와 주름 잡힌 푸른 치마를 세탁기에 돌린다. 운명대로 산다는 건 저 넓은 수평선 위에 보이지 않는, 해저 속에 새겨진 물줄기에 기대어 잠겨야 하는 걸 말한다.

“뿌리는 무엇과도 친하다.

꽃나무와 풀꽃들의 뿌리가 땅속에서 서로 엉켜 있다

냉이가 봄쑥에게
라일락이 목련에게
꽃사과나무가 나에게

햇빛과 구름과 빗방울이 기르는 것은 뿌리의 친화력

바람은 얽히지 않는 뿌리를 고집스레 뽑아버린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풀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옮겨 감았다”

이 시집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 운명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표시일까.

“내게 꽃은 생몰연도가 없네
옛 봄에서 새봄으로 이어질 뿐

꽃아
너와 살자

우리의 가난이 마주 앉은 이 저녁의 낡은 식탁 위
꽃은 신의 영원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네”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changbi_insta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