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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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이현 장편소설 (창비)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p.9)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p.358)

책의 처음과 끝. 호정이는 호수 밖으로 나와 숨을 쉴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호수의 일>은 가족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친구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홀로 서있는 호정이의 이야기다. 호수라 함은 알아차릴 수 없는 호정이의 저 밑 깊은 마음을 가리킨다. 그곳에서 파도치기도 하고 고요하기도 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폭풍전야. 남들이 쉽게 밟지 못하도록 꽁꽁 얼려버린 호정이의 호수는 자기처럼 타인에게 마음을 잠가버린 은기의 호수를 알아본다. 그 마음이 자신의 것과 같아서 잠시 자기 자리라고 착각한 것일까 아님 자기가 바래왔던 것처럼 누군가 알아봐주길 바랬던 것일까. 호정이는 은기의 호수로 가기 위해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깨고 나온다.

“내가 먼저 말했다. 은기는 잠자코 나를 보았다. 슬픈 얼굴로. 그 얼굴은 어떤 말보다 나를 아프게 한다.
은기가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오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오늘을, 나를, 우리를 웃으며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누구와도 같지 않은 마음을 외로움이라 했다. 외롭다는 말보다 그 마음을 먼저 배운 호정이. 누구도 듣지 못하는 호정이의 말을 유일하게 들을 수 있던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외로웠다. 발랄한 투로 응원하는 동생과 분명 신경은 쓰는데 티는 안 내는 엄마, 늘 믿어주지만 때로는 부담스러운 아빠. 겉으로 봐선 화목한 가정의 모습 속에서 호정이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우울증을 겪었던 호정이처럼 이현 작가도 비슷하게 슬픈 시절에 이 책을 썼다. 어떤 슬픔은 귀하다고 쓰니, 그도 아니었다고. 슬픔은 대개 귀하다고. 기쁨에서 자라나는 일 없이 우리는 오직 슬픔에서만 자라난다는 말에서 작가와 호정이의 성장이 겹쳐졌다.

“그러나 행복한 기억이 있어 우리는 슬픔에 침몰하지 않을 수 있다. 태양의 기억으로 달이 빛나는 것처럼.
그러므로 흠뻑 슬프기를, 마음껏 기쁘기를, 힘껏 헤엄쳐 가기를. 발이 닿지 않는 호수를 건너는 일은 언제나 두렵지만 믿건대, 어느 호수에나 기슭이 있다.”

2022년, 다시금 겨울에
이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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