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쬐기 창비시선 470
조온윤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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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쬐기>, 조온윤 시집 (창비)

🔖“침묵을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묵묵히 방 안에서 사랑하다 드디어 햇볕을 쬐었다. 비가 그치고 빗방울이 걸터 앉아 나를 구경하던 때, 시집을 펼치면 보이지 않던 햇볕이 드리웠다. “이름 따라 사나봐” 날 부르던 메아리가 운명이 되어 울려 퍼지는 안개 속으로 침잠했었다. 제목 따라 읽히는 시가 째깍째각 돌아가는 시침을 잠시 멈추었다. 오직 햇볕만이 제 일을 할 뿐이었다.

🔖“나의 시작은 아주아주 작은 존재였습니다
과학자가 현미경으로 나를 발견했던 날을 알고 있나요?
온실에서 애지중지 길러진 덕에 추위를 모른 채로 살다 떠났습니다
… 그때 어렴풋이 보이는 무언가가
나의 의지로 움직여 다다르게 된
내가 살고자 했던 세계의 일부라고요”

나의 세계관을 서술하자면, 풍경은 어느 영화처럼 참 아름답다. 그 안에선 묽은 바람 불어올 때 가벼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단풍도 아름답다. 낙엽 한 아름 앞주머니에 안아서 집까지 걸어온다. 쓸쓸한 슬픔마저 희미한 방 안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의 빈틈 없는 소품이 되어 준다.

🔖“슬픔을 정원처럼 가꿀 줄 아는 사람은 주변에 없어
그들의 멋진 텃밭과 저녁마다 피는 웃음을 가진 적 없어
그런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끼리
주변을 만들고 있으니까”

밤은 어둡지 않다. 검은색의 낮과 노란색의 밤이 어울린다. 기쁨이 슬픔으로 다가오고 절망이 행복으로 다가온다고 할아버지한테 배웠다. 낮은 누구에게나 밝다, 그러나 밤에도 빛을 밝히는 사람이 있다.

🔖“바깥은 모두 깨어 움직이는데
혼자서만 잠들어
먼지가 쌓이는 기분은 어떻냐고

네모난 빛 속에서 나의 오늘은 말라 갑니다

…언젠가는 월요일이 올까요

나는 창세를 기다리는 풍경화입니다.”

나의 그림은 깊은 여백의 미를 뽐내는 동양화는 아닐 듯하다. 공백 사이로 빼곡히 집어 넣은 약물이 흐른다. 아무도 모르게 위로 살포시 덮고는 세찬 줄기가 뾰족하게 자란다. 그 아래선 누구나 원수의 공격을 잠시 피해 한숨 잘 수 있도록 보호해줄 테니 내가 숨어 있는 곳에 언제든 찾아 오시게나.

🔖“살아가야 할 마땅한 이유도 없이 살아가다
만나게 되는 아주아주 단순한 풍경

내 지친 마음은
거기에 가 쉬어도 충분하겠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changbi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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