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 이랑 x 이가라시 미키오 콜라보 에세이
이랑.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황국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 이랑, 이라가시 미키오 지음, 황국영 옮김 (창비)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이 바다 건너 나라에서 편지를 주고 받는다. 영화 <84번가의 연인> 생각이 났다. 채링크로스 84번가의 서점은 결코 영국에만 있지 않았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오가는 편지 속에 세워진다. 그곳에서 나의 연인을 매일 만난다. 일본 영화를 간혹 보면, 따가운 햇볕에 타오르는 열기가 느껴지는 무더운 한여름의 바닷가 장면이 산뜻하다. 바람을 일렁이는 부채의 손짓과 선풍기가 돌아가는 공기의 몸짓은 온화하다. 조화로움이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대화가 그렇다.

한 번 쓰고 말아버린 한날의 기록은 한낱 기억일 뿐이다. 그러나 이어서 쓴 오늘의 글, 그것이 이야기가 된다. 어제 쏘아 올린 신호로 내일 이벤트를 받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사건의 목격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35년간 <보노보노>를 그리고 있는 이가라시 미키오는 한 가지 일만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이랑이란 사람에 대해 “나는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아무 데도 가지 않는 사람인데, 이랑은 불꽃놀이도 보러 가고 스스로 불꽃놀이도 하는 사람”이라고 감탄한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의 두 주인공은 음악, 영상, 문학,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채로운 재능을 보여주는 아티스트 이랑과 너무 귀여운 만화 ‘보노보노’의 아버지, 만화가 이가라시 미키오다. 이들이 2020년 4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주고받은 편지들을 묶어 만든 콜라보 에세이다.

두 사람은 분명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소식을 전하는데, 글자 품으로 사람을 안아주는 게 느껴진다. 붙잡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상관 없어. 그냥 뭔지 모를 이야기를 써가는 거, 그게 사는 거야’라고 토닥인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에게는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프라이드가 있다. 우리와 그들이 서로 견제하고 있을 때 이야기 안에서는 그들도 우리와 한 공간에 함께 존재한다. 멀어질수록 가까워지는, 버릴래도 주워오는 모든 것들이 글자 위에서 만들어지는 사랑이다. 이랑과 이라가히 미키오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처음엔 단순히 사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편지라며 읽었다. 어라 어제는 분명 그랬다. 오늘은 이거 단순히 시시콜콜 얘기를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고 느꼈다. 하루가 지났다. 깊어간다. 어린왕자는 10대, 20대, 30대 다시 읽었을 때, 작중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가 그렇다. 편지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이야기는 시간을 먹고 자란다. 이들의 편지는 시간의 우주를 펼쳐 놓아, 깊어만 가는 공간에서 무중력의 상태로 왜곡된 시간을 보내온 것이다. 이야기가, 아니 삶이라는 것이 우리가 먼지 같은 존재라 여겨질 때, 인간은 그 자체로 거대한 우주라고 이미 시간을 역행하여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편적이라고 해서 다 ‘보통’의 범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changbi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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