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창비시선 469
최백규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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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최백규 시집 (창비)

2월에 본 두 번째 영화는 <패터슨>이었다. 다를 것 없는 오늘 내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미국 뉴저지 패터슨시의 버스 운전사 패터슨씨는 시를 쓴다. 매일에게 이름이 붙여진다. 패터슨을 보면서, ‘남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르지만,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일을 하든지, 나 그때의 매일, 노트에 펜을 잡고 글을 쓰고 있다면 매일 행복할 수 있겠어.’라고 적었다.

시들어버린 청춘의 계절이 가실 때 적셔지는 가슴의 한 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백규 시인은 이것이 청춘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 아직 청춘답게 잘 살고 있는 거 맞구나’ 한 숨이 불어온다.

모든 게 무너져 내릴 걸 안다. 어떤 행복도 얕아져서 종이 한 장처럼 쉽게 넘어가버릴 걸 안다. 마치 행복을 맞이할 준비하며, 그것이 무너지길 바라는 사람 같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한 한 가지가 있었으니, 지옥도 무너질 거라는 건 알지 못했다. 나의 지옥은 한 장 한 장 아주 오랫동안 견고하게 쌓아 올렸으니까 누가 숨을 불어 넣어준다고 쉽게 무너질 곳이 아니었다. 지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굳건하게 버텨내 온 벽이 무너지고 있다.

<네가 울어서 꽃이 진다>에선 천사의 냄새가 난다.

조금만 있으면 지붕마저 날아가버릴 것 같다.

“아주 화창한 밤이야, 안녕?”

지독한 청춘의 여름이었고, 장열하는 태양 아래 서 겪어내야 할 열병이었다. 잊으라면 잊을 수도 있을 것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그때의 기억이 서늘한 바람 불어오는 계절 속에 가벼이 흩날리는 낙엽 같이 될 일은 없다. 그러니 잊지 않고 분노하겠다. 분노하여 상승하겠다. 나무 하나 불태워보려다 산불로 옮겨지는 피해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너를 지옥에서 온 안부라고 믿었던 적 있다.”

“누가 계속 올라와야 할 시간이라 부르고 있어서
목련을 밟으며 앞으로 걸어 나갈 것이다.”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는 꽃이 져서 울지 않고, 울어보니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포착한 찰나의 환희를 고이 접어 보내온 시집이다. 읽으면서 사랑하기도 한 그때, 무너지게 울어보기도 한 그때, 지옥을 쌓아 올렸던 그때, 벽돌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지는 지금,의 사계절 갈피가 꽃혀진 우리의 청춘 같다.

올해 시집을 많이 읽자고 했던 다짐을 잘 지켜가고 있다. 창비시선은 오랜만에 읽게 된 것 같은데, 여운이 오래 가는 시집이었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냐 물어보면, 여운이 길게 가는 영화라 답한다. 기억에 오래 남는다. 최백규 시집은 경험이 아니라, 기억이 되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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