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_박완서 에세이/세계사

박완서 작가의 10주기를 기념하여 출간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의 10만 독자 기념 한정판 책입니다. 익히 알고 있던 책이 여우눈 에디션으로 나온 걸 보고 반가움과 동시에 표지 디자인에 눈이 부셨어요. 여우눈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이 단어는 따뜻한 계절에 잠깐 왔다 금방 사라지는 여우비에 겨울 감성을 얹어 만들어졌습니다. 겨울에 내리는 눈송이는 손끝에서 금세 녹아버리지만 사람들을 따뜻한 정서로 빠져들게 합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얼어붙은 계절을 잠시나마 견딜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박완서 작가의 산문 660여 편 중 베스트 35편을 선별한, 박완서 에세이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어떤 기운이란 게 느껴지는데, 책도 마찬가지로 책마다 다른 기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택배 받은 그날, 표지를 마주하고, 페이지를 만지는 동안 항상 처음과 같은 마음을 느꼈습니다. 흰색을 떠올리면 여름보다는 겨울이, 온기보다는 냉기가 느껴지지만, 하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온 몸이 사르륵 녹아내리듯, 긴장이 풀리고 온화해집니다. 이 책은 눈 내리는 추운 겨울, 어느 낮의 햇볕 같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현역 작가로 남는다면 행복할 것”

박완서 작가는 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 작가입니다. 작가라는 이름보다 자신의 소명 따라 자아를 실현해오신 모습에서 향기가 느껴집니다. 작가의 글은 사랑과 희망을 가리켜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성을 지켜냅니다.

“이 세상 만물 중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 하물며 인간에 있어서 어찌 취할 게 없는 인간이 있겠는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아무도 그의 쓸모를 발견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발견처럼 보람 있고 즐거운 일도 없습니다. 누구나 다 알아주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들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소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은 더 큰 행복감이 될 것입니다.”

박완서 작가 앞에서는 모두가 흔하지 않은 아름다움의 들꽃이 되고 흔한 아름다움의 장미가 됩니다. 모두가 알아보지 못해도 우리 안에는 분명 소박하게 빛나는 별이 있고, 그 별은 박완서 작가 눈 안에서 너무도 당연히 빛나고 있습니다.

“남의 좋은 점만 보는 것도 노력과 훈련에 의해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으니 누구나 한 번 시험해보기 바랍니다. 남의 좋은 점만 보기 시작하면 자기에게도 이로운 것이, 그 좋은 점이 확대되어 그 사람이 정말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변해 간다는 사실입니다. 믿을 수 없다면 꼭 한번 시험해보기 바랍니다.”

이 세계가 따뜻한 온기로 순환하게 하려면 내 앞에 있는 사람부터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는 걸 아셨던 박완서 작가. 너무 바람직해서, 너무 이상적이어서, 너무 따뜻해서 미처 믿지 못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그 모래알만한 진실이 겹겹이 쌓여 거대한 백사장을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흰 눈이 내리는 쌀쌀한 겨울에 마주 잡은 옆 사람의 손과 옆구리의 온도가 그 순간에 이 계절을 녹입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segyesa_contents_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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