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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하루는 없다 - 아픈 몸과 성장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희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당연한 하루는 없다> _희우/수오서재 (2021)
“내 몸에는 호스가 달려 있다. 배꼽 왼쪽 밑에 빼꼼히. 태아가 탯줄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만 살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이 도관을 통해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살면서 가장 힘든 건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해서 감성이 이성을 지배할 때라고 절실히 느낍니다. 이런 상태를 괴로움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괴로움의 감정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느껴지게 만들고 불쌍한 생각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이 시기가 한 계절 지나듯 끝나고 나면, 그때 그 생각은 시간과 함께 사라지더라도 갈라진 마음은 영원히 붙지 않아요. 그래서 그속에 타인을 품어줄 수 있게 됩니다. 나에게 찾아오면 너를 반기며 안아주고, 네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해준다는 징표입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생각보다 더 마음이 찢어지는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연한 하루는 없다>가 말하려는 고통은 제가 겪어보지 못한 종류라는 걸 알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죽음에 대해 각각 다른 형태의 두려움을 느낍니다. 자의가 아닌 받아들일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선택에 매일같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생각하며 그 시간들을 지내 온 작가님에게 경외감을 보냅니다. ‘내일이 왔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이 느껴야 하는 절망의 상태는 어쩌면 노력 의 마지막 끝단마저 앗아갈 수 있거든요. 절망보다 희망이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모습에도 눈물이 맺히는 것처럼, 저는 희망이 더 절절하고 애틋해집니다.
“그러나 흉터의 모양이 작아지는 걸 바라보며, 몸과 마음의 회복력을 믿는다. 나의 역사는 나만이 안다. 내가 온몸으로 견뎌온 것들, 소실되어 가는 몸속에서도 지키려고 했던 것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애썼던 자국들. 그런 역사는 오롯이 나만 알아줄 수 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알아주겠어, 그렇게 나의 불안을 다독인다.”
‘전교 1등’, ‘학생회장’, ‘서울대입학’이라는 거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 이런 솔깃한 타이틀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지겠죠. 분명 탄탄대로만 펼쳐지겠지. 탄탄대로는 아니었지만, 작가님이기에 어떤 길이든 탄탄하게 만들어 오실 수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열여덟이라는 나이에 희소 난치병 ‘루푸스’를 진단받았고, 삶에 남다른 열정을 지니며 자부심이 느껴질 만큼 성실하게 살아온 나날의 다음 페이지는 병원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이십 대의 나이로 투석과 신장 이식을 거쳐야 했습니다. 아픔의 원인을 찾기보다 내일의 미래를 다지기로 하며 십 년간의 투병기를 써내려간 책입니다.
아까도 말했듯, 두려움에 여러 형태가 존재하는 것처럼, 외로움도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투병의 아픔을 감당해야 했을 저자는 가족에게도 다 털어내지 못하는 마음 안에도 흉터가 있지 않았을까요. 당신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언제 누구에게 찾아올 지 모르는 여러 모습의 절망 중 일부를 드러내어 귀한 용기를 전달받게 되었습니다.
[숨만 쉬는 하루를 보내더라도, 그 무엇도 증명하지 못하는 몸이 되더라도, 매일 조금씩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저자가 건네는 삶을 향한 질문과 소망은 각자가 가진 아픔을 돌보게 하며, 내일을 힘껏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