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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엄마> _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창비 (2021)
어떤 정의도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모두의 이름 안에 공통된 감정을 오롯이 품고 있고, 비슷한 역사를 그대로 안고 있는 단어는 ‘엄마’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불러도 불러도 부르고 싶은 그 이름. 나에게 고유한 가장 아름다운 명사.
이 책의 주인공인 우짱이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지켜보면서 생각난 문장이 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속 첫 문장입니다. 사실 이 문장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고,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부분인데, 저에게는 그 의미가 어떤 식으로도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엄마>를 읽으며 어쩌면 이런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처음 다가가 볼 수 있었어요.
불타오르는 증오란 사실 가장 따뜻한 애정을 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한겨울에 얼어버린 마음과 같습니다. 우짱도 눈이 서린 한겨울 들판에 나 홀로 서있는 팔다리 가녀린 눈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어쩌면 엄마가 먼저 그곳에서 사람으로 있었던 것이죠. 겨울 다음은 봄이 아니라 추위는 추위를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우짱만큼이나 그토록 엄마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던 사람은 우짱의 엄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먼저 태어난 이모가 불쌍해서 엄마를 덤으로 낳았다’는 할머니. 우짱의 엄마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엄마를 증오하면서도 그런 엄마에게 그토록 사랑받고 싶어 하는 어린 아이가 들어 있습니다.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는 우짱의 엄마 이름은 까먹으면서도 이모의 딸 이름은 기억하고 그에게 모든 애정을 쏟아 붓습니다. 마음을 채우지 못하고 쪼그라 든 채 주름이 진 엄마. 그래서 우짱은 엄마가 빨리 죽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엄마를 증오해서가 아니라, 사랑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따뜻한 봄이 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죠.
"엄마를 낳아주고 싶어, 낳아서 처음부터 키워주고 싶어요."
마치 봄이 오기 전에 녹아 버릴 것 같은 눈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은 쉽게 따뜻해질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혹독한 서리 같은 거겠죠. 내리사랑이 이어지지 못하고, 날카롭게 자리 잡은 고드름이 위에서 우짱을 찌를듯한 모양으로 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물이 아래로 흐르고 있던 아주 자연스러운 중력 현상이 거대한 자연에 덮여 새로운 모습이 된 것입니다. 엄마가 자식을 사랑한다는 건 당연한 모성애로 이해되지만, 사람은 생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상황으로 만들어집니다. 나를 덮쳐오는 파도에 잠기면 숨 쉬기가 어려워지잖아요. 할머니가 어떤 계절을 겪어 오셨는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겨울에 익숙해져 버린 엄마에게 사랑의 모습은 고드름뿐이라 우짱이 가까이 올 수 없게 영원히 겨울 속에 갇혀 버린 것 같습니다.
우리 엄마가 떠오르면서도,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오늘은 모두가 엄마에게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로 마치는 애정을 가지길 바라겠습니다.
‘신이 항상 곁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
나의 신, 우리 엄마.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엄마 #우사미린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