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 없는 농담
김현민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엄마 없냐, 암 걸리겠네.” 라는 농담에 정색해서
“농담이야. Just kidding(정용준 작가님 책 제목이기도 하다). 왜 이리 진지해?”
웃자고 한 농담에 죽자고 덤비는 예민한 사람이 되고는 했다. ‘엄마 없는’ 시절을 지나고 있는 나는 언제쯤 그 말이 ‘농담’처럼 편안해질까. 작가님이 꿈에서 바라는 분노와 혐오는 없고 끝내주게 웃긴 농담만 남아 있는 그런 세상에서는 가능할까.
“엄마가 죽었다는, 대단할 게 없는 정보를 나 혼자 독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당시 아픈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뿌리 깊은 죄책감. 지금까지도 미세한 바늘이 가슴을 쿡쿡 찌르는 느낌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은 비슷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누군가가 정색하는 나를 이해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위안을 얻어야겠지.
작가님을 따라 타임머신을 타고 ‘엄마 있는’ 시절로 돌아가 본다. 아디다스 모자에 신발, 옷을 사드리고 함께 제주도를 여행할 것이다. 새로 산 모자와 신발과 옷, 그대로를 입고 신고서. 나중이라는 시간이 당연했기에 배우지 못했던 엄마표 콩나물 된장찌개, 시레기 된장 지짐, 진미채 무침을 배우고, 저녁이 되면 구운 오징어를 고추장에 푹 찍어먹으며 더 자주 수다를 떨 것이고 토요일 밤, 개그콘서트를 보며 너무 시끄럽게 웃는다고 등짝을 때리던 엄마를 안아 줄 것이다.
濃淡(농담). 농에서 담으로 흐르던 엄마에 대한 기억들 가운데 좋은 기억만이 담에서 농으로 흘러 책을 읽으면 서럽게 울어 버릴 줄 알았는데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엄마를 떠올리며 웃는게 낯설다. 그런 내가 애잔하고 슬프게만 기억한 엄마에게 미안해 유실되고 망각된 좋은 기억들을 찾으러 그 길을 낯설게 따라갔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달라지고 있었다.
“농담이란 때론 거칠지만 대상을 대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다.”
아이는 작년 3학년 담임 선생님이야기를 여전히 하는데 유연하고 시의적절하게 하는 선생님의 농담에 기대어 학교생활을 했다. 농담이 적은 4학년 선생님과 지내는 조금 지루해지 학교생활이 이해가 된다. 내가 농담을 던지면 냉혹하게 ‘노잼’이라거나 이건 3학년때 선생님 보다 재미없다며 이가 다 보이게 활짝 웃으며 피드백을 줄때가 있다. 귀엽다. 사춘기가 되면 이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텐데,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
나의 하루에는 농담이 없는 날이 없다. 기어이 찾아 하루 틈에 끼워 넣어 아이 만큼 나도 농담에 기대어 하루를 보낸다. 웃음 한번에 괜찮은 하루가 되기도 하는데 그만큼 나에게 농담의 힘은 세고 농담을 만들어 웃음을 주는 사람들은 귀하고 감사하다. 그런 작가님이 쓴 글을 읽었으니 그만큼 더 감사한 하루. 가볍게 넘기던 책장을 무겁게 덮었다.
나는 엄마가 생각날 때마다 속으로 고해성사를 할 것이다. 그 소리가 우표 없는 편지처럼 그곳에 닿지 않을지라도. 앞으로 잘살게요. 농담은 치유력이 있어서 상처가 깊은 사람도 꿋꿋히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