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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 불안, 걱정, 회피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위한 뇌 회복 훈련
샐리 M. 윈스턴.마틴 N. 세이프 지음, 박이봄 옮김 / 심심 / 2023년 6월
평점 :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이란 스스로를 불안하거나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건과 상황들을 예측하면서 경험하는 불안을 의미한다. 많은 경우 예기불안은 과거에 이미 경험한 불안 때문에 일어난다.
예기불안은 아주 미묘해서 알아차리기 어려운 혐오감이나 회피부터 끔찍한 공포까지, 모든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중략)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예기불안은 만성적인 망설임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저마다의 ‘예기불안’을 경험하고, 저마다의 방식과 상황으로 극복하기도 하고, 극복하지 못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운전을 하기 전에 ‘예기불안’을 경험한다.
남편이 사고로 차를 한번 폐차시켰던 경험이 있고, (남편은 다행히 부상이 없었고, 남편은 그 이유가 튼튼한 ‘좋은 차’를 탔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후방카메라와 센서가 없는 차로 운전을 배웠고, 그 차에 처음으로 태운 사람은 아이였다. 주택가에 사는 덕분에 골목에서 마주치는 차를 피해 자주 후진으로 운전해야 하고, 집 앞에는 반듯하게 선이 그어진 주차장이 없다. 양쪽 문을 시원하게 긁은 경험이 있고, 마트 주차장을 빠져 나와서야 닫혀 있는 사이드미러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래서 여전히 초보운전자라고 생각하며 소극적으로 운전을 한다. 운전을 해야 하는 날은 대중교통으로 가야하는 이유를 먼저 찾는다. 차가 막혀서, 주차공간이 없어서, 그리고 ‘운동 삼아’.
어쩔 수 없는 날이 있다. 짐이 많거나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하거나. 그런 날은 출발하기 전부터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하다.
-걱정하는 목소리 :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가서 주차하기 어려운거 아니야? 버스 탈까?’
-거짓 위안 : ‘지난번에도 잘 다녀왔잖아? 긴장하지 않아도 돼. 잘 할 거야.’
책을 읽으면서 돌아봤던 나의 반복되던 행동과 사고들은 ‘예기불안’과 ‘망설임’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지 않았다. ‘사실상 거짓 위안은 걱정하는 목소리가 불안을 느껴야 하는 추가적인 이유들을 생각해내도록 자극한다.’
나는 기질적으로 예민했고, ‘떨치기 어려운 마음’을 가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뇌의 작은 조직인 전측대상회피질이라는 조직의 일부가 쉽게 활성화되어 돌고 도는, 기이하고 반복적인 걱정을 한다는 것. ‘결국, 떨쳐내기 어려운 마음을 지닌 채 살아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마음에 반응하는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예기불안이 시작될 때 마다 떨쳐내기 위해 거짓 위안을 하려고 애썼고, 그 노력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었다. ‘노력의 역설’이란 원치 않은 불안한 생각, 감정의 경우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심리학자이자 불안 전문가인 데이비드 카보넬은 “최선의 노력을 다 함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것이 아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 하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중략)예기불안은 가만히 내버려두었을 때 오히려 진정된다. 만약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거나 해결하고자 애를 쓰면, 즉 계속 반추하거나 회피하면 예기불안은 더욱 심해진다.’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한걸음 물러나 자신의 경험을 관찰하고, 관찰되는 것들에 대해서 애쓰지 않고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중략) 어떠한 거짓 위안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리고는 현재로 돌아와 상황에 집중하고 전념하기다. ‘기꺼이 임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불안을 느끼게 만드는 것들을 피하는 대신 기꺼이 그 경험에 전념해 뇌를 재배선 하는 것이다. (중략) 따라서 두려운 대상을 향해 기꺼이 다가가려면 회복을 위한 열의를 가지고 전념해야 한다.’.
예기불안을 ‘예상’하고, ‘수용’하고, ‘허용’하기. 불안을 대하는 태도와 사고방식을 전환할 수 있는 필수요소이다. 그동안은 불안을 회피하고, 부정하려고만 했었다. 불안을 허용하고 그 마음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면서 불안 속 에서 어떻게 있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제는 상상력의 산물인 불안을 적극적으로 허용하면서 불안을 유발하는 경험들에 의도적으로 나를 노출시켜보려고 한다.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의 뇌와 몸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도 과도한 반응을 하지 않는다.’ 단시간에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을 향해 나아가기를 기꺼이 임하고 있는 나를 매순간 자랑스러워하면서. ‘퇴보가 일어나고 예전의 패턴이 다시 나타날 때가 이제까지 배운 것들을 다시 한 번 굳히는 훈련을 할 최고의 기회다.’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고르는 일부터 여행지의 숙소나 회사를 선택하는 일, 이사를 결정하는 일, 계약서를 써야하는 일까지 일상의 크고 작은 모든 결정들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이다. 깊이의 차이는 있겠지만 불안이나 걱정들로 망설이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현재에 집중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사람들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책이다.
"불안이란 미래에 사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