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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 디저트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평점 :
몇 번이고 끊어보려 했던 결심은 그저 조금 줄여보자는 다짐으로 타협했다. 커피와 초콜릿은 나에게 그랬다. 뛰어넘고 싶은 계절인 추운 겨울은 호떡과 군고구마 때문에 기다려지기도 하고, 투박하게 뭉텅 베어먹는 만주는 하나만 먹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 밥을 덜어내는 내가 읽을 수밖에 없었던 달콤함 이었다.
커피, 만주, 멜론, 호떡, 라무네(탄산음료), 초콜릿, 군고구마, 그리고 빙수.
나라의 주권을 빼앗겨 고단했을 암흑의 식민지 조선에서 디저트들은 어떤 위로가 되었을까.
“커피는 삶의 여정에 지친 식민지 젊은이들에게 우아한 음악과 포근한 자리를 제공했던 다방과 함께 인 듯하다. (중략) 이상은 먼저 식민지 조선에서 다방은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꿈의 공간임을 환기했다. 꿈조차 고독하면 그것은 정말 외로운 일이라며, 다방은 고독한 꿈이 다른 고독한 꿈에게 악수를 하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크기와 소를 넣기도 했던 이름마저 사랑스러운 호떡, 나의 최애 간식. 우리 동네 시장 입구에 작은 호떡집이 있다. 어묵과 핫도그를 함께 파는데 언제나 나의 선택은 호떡이었고 남편과 아이와 나란히 서서 동그란 반죽이 넓적한 호떡이 되는 시간을 기다렸다. 반으로 접어 종이컵에 넣어주시는데 설탕물이 끈적하게 배어 나온 호떡 한 장에 우리는 칼바람을 맞으며 즐거워했다. 아주머니가 호떡을 구우신다면 겨울이 시작되겠지만 나는 그 날을 기다린다. 그 시대의 호떡은 중국에서 들어와 만주를 밀어낼 만큼 인기를 끌었고 학생들이 가장 즐겨먹는 간식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음식이나 중국인에게는 왜 이렇게 어둡고 불결한 꼬리가 붙어 다녔던 것일까? 영세한 자본을 밑천으로 가게 문을 열었으니 실제 호떡집이나 중국음식점이 어둡고 불결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식민지 조선에서 중국음식이나 중국인을 비하하거나 모멸하게 된 것에는 중국을 부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려는 일본의 의도 역시 작용하고 있었다. (중략) 이러한 모멸과 차별은 앞서 말했듯 일본의 의도가 투영된 것이기도 했다. 중국을 부정적 타자로 규정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를 건설하는 한편, 아시아에 대한 침탈을 정당화 하려던 것이다. 모멸과 차별로 상징되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식민지 조선에서도 확신되어갔다.”
작은 방석만 한 크기여서 든든한 한 끼가 되었지만 ‘어둡고 불결하다는 꼬리표’가 붙어 다니던 호떡집에서 만들어진 음식이었기에 부끄러워하며 먹었다는 나의 호떡의 과거가 어쩐지 슬프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에 나의 호떡이 더 애틋해진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음식은 단순히 맛으로만 기억되지 않는 것. 달콤하지 않았을 그 시절의 디저트 이야기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낭만과 눈물과 웃음이 고달프고도 달콤하게 배어 있었다.
“바다 없는 항해에 피곤한/ 무리들이 모여드는/ 다방은 거리의 항구......
주머니를 턴/ 커피 한 잔에 / 고달픈 사고를 지지하는
......나.......너”
이용악 <다방>
이상은 먼저 식민지 조선에서 다방은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꿈의 공간임을 환기했다. 꿈조차 고독하면 그것은 정말 외로운 일이라며, 다방은 고독한 꿈이 다른 고독한 꿈에게 악수를 하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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