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고모와 대화하며 내게 눈길도 주지 않았고, 마치 단 한번도 아이를 낳아 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 굴었다. 만약 내가 그들에게 말을 걸면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말할 것 같았다. “어머 부모님을 잃어 버렸니?” 그러나 그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들은 나를 낳지 않았으면 훨씬 더 행복했을 것이다.그때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 개는 온 얼굴로 행복해 하고 온 얼굴로 슬퍼한다. 방방 뛰고 짖고 부르르 떨면서 자기 마음을 다 보여준다. 개는 그래도 된다.내가 있는 곳까지 온몸으로 쓸어 만든 자국이 보였다. 내 체구만큼 자그마한 붓질이었다.뭐, 어찌 됐든 이건 내 무대였다.아무튼 나는 그러고 산다. 영혼의 왼쪽은 겨울에, 오른쪽은 봄에 두고 산다. 겨울과 봄은 서로 희망과 절망의 자리를 번갈아 맡아가며 나를 놀아준다.나는 고독함에 익숙하고, 나를 달래는 일에 천부적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를 달래면서 산다.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내가 바다에 파도 하나 일으킬 수 없는 신세라면, 오늘 불안해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렇게 죽든 저렇게 죽든 내 생이 바다의 기포와 같다면, 내가 내 것이 아닌 생에 미련을 가질 이유는 무엇인가.*[검은 말]-[서울 장미 배달]-[서울 장미 배달]-[초록 땅의 수혜자들]-[푸른 생을 위한 경이로운 규칙들]에 실린 문장들소설집에 실린 각 단편 속에서 밑줄 그은 문장들을 나란히 모아서 읽어보니 다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 진다. 나는 그 글 끝에 ‘어린 심장 훈련’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인 ‘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에게 묻는다. 나의 어렸던 심장은 어떤 훈련을 받으며 어른이 되었나. 쫓기듯 뛰고만 있지는 않은가. 속도를 바로 잡아 힘겨운 뜀박질을 도와주고 싶다.고독과 외로움, 생의 어두운 모퉁이들을 날것 그대로, 어쩌면 가장 문학적으로 보여주는 낯선 작가가 쓴 낯선 형식의 소설을 읽으며 다음 소설을 기다렸다.“살아 남는 것은 불변의 원칙입니다. 일상은 가벼운 게 좋습니다. 제발 모두 그래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