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말 - 작고 - 외롭고 - 빛나는
박애희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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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했던 코로나 시절 단축수업을 했던 아이는 3월부터 늘어난 수업시간 만큼 “오늘은 학교 가기 싫다.”라는 말이 늘었다. 그 모습에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 회사가기 싫다.” 라고 혼잣말하던 과거의 내가 보였다.

마음의 여유가 없던 날이라는 변명을 해 본다.

 “학교 가야지, 안가면 어떻게 할거야?”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는 아니고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이불에 누워 나를 올려다보던 아이가 한 마디 했다.

 “엄마, 엄마가 ‘아, 설거지하기 싫다.’라고 했을 때, 내가 ‘해야지, 설거지 안하면 어떻게 할거야?’ 라고 하면 기분이 어때? (정적) 내가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그냥 가만히 들어 주면 안 돼? 내가 누워서 감정 정리하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와, 설거지로 이야기하니까 너의 기분을 너무 잘 알겠다. 미안. 그렇게 할게. 조금 더 누워 있다가 나와.” 몇 분이 지나고 나서, 부스스한 얼굴로 방에서 나온 아이는 화장실로 들어가 콧노래를 부르며 거울을 보다 세수를 한다. 아까 가기 싫다고 했잖아.내가 늘 부러워하는 아이의 ‘유연성’과 ‘회복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걸 알고, 하기 싫은 마음도 스스로 다스릴 줄 알만큼 성장한 아이에게 옹졸했던 엄마는 ‘타인의 감정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법’을 배운 아침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고 지혜롭다. 많이 웃는 만큼 많이 우는 아이들이지만, 자신만의 힘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때로는 ‘이까짓 거!’하는 허세도 부리면서. 생각해보면, 허세도 부릴 만하다. 그들이야말로 수만 번 넘어지면서도 단 한 번도 일어서기를 단념하지 않았던 의지의 존재들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당신도 나도 그렇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어린이들과 일을 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어린이의 말’의 힘을 이제는 안다. 그 말들이 자주 모난 마음의 모서리를 다듬어 주고, 내려놓고 싶을 만큼 무거워진 하루의 무게를 덜어준다. 가끔은 그 말에 서운해지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숨겨두고 싶었던 내 모습이 들켜서 그렇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몸과 마음이 훌쩍 자란 아이가 내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마주서려면, 나 또한 어제의 나를 버리고 날마다 새로워 져야 할 것이다.”


  어린이의 말은 힘이 세고 나의 기억력은 힘이 약해 위로받으며 지나왔던 잊혀진 많은 말들이 아쉽기만 했다. 그런 말들을 차곡히 기록으로 남긴 글을 읽는 동안 뭉클했고, 따뜻했다.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어 졌다. 


“어른들만 꾸역꾸역 일상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게 아닌 거다. 다행히도 아이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상황을 어른들이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다시 평상심을 회복하고 자신의 몫을 성실히 해내려고 노력할 때가 많다.”


  하루를 지내기 위해 일주일 중 가장 애써야 하는 목요일, 아이는 6교시 수업에 이어 방과 후 교실을 끝내고 가장 늦은 하교를 하는 날이다. ‘나름의 스트레스’와 싸우며 오늘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을 아이, 그런 너를 보면서 엄마도 매일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보내려고 애쓰고 있단다. 


“너를 다 안다고 쉽게 생각하는 대신, 너를 알아가는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하겠다.” 작가님을 따라 한 다짐. 아이 덕분에 나는 매일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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