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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동 - 가정, 병원, 시설, 임종의 침상 곁에서, 돌봄과 관계와 몸의 이야기
매들린 번팅 지음, 김승진 옮김 / 반비 / 2022년 10월
평점 :
’이 책은 돌봄의 非가시성과 가치 절하의 오랜 역사를 다루고 있다.(중략) 돌봄의 방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게 만드는 문화적 가림막이 존재한다. 인간의 후생을 지탱해주는 노동의 가치를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뿌리 깊은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돌봄의 중요성, 돌봄 노동의 정도, 돌봄노동에 필요한 복잡하고 섬세한 기술 등 가려져 있는 방대한 돌봄의 직조와 연결망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저자는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부모를 돕는 자녀등 돌봄의 당사자들을 현장에 5년간 취재하고 기록했다. 그 기록은 사회적 문제부터 역사와 어원까지 어우러진 방대하고 면밀한 조사로 돌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제목으로 쓰여진 ’사랑의 노동(원제 :Labours of Love)‘이라는 말은 돌봄 위기의 시대에서 돌봄 사회로 전환 되기 위해 돌봄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깊은 울림이었다.
’돌봄의 위기는 극적인 사회변화에 직면한 문화의 위기이자 정치의 위기이며 윤리의 위기다. 오래도록 돌봄의 가치와 중요성을 폄하해 온 뿌리 깊은 편견이 21세기의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 돌봄의 위기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돌봄에 접근할 수 없거나 접근성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고, 둘째는 돌봄의 질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이다.‘
’이누이트 족은 돌봄을 “미래에 누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도록 과거에 누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했던(혹은 했어야 했던)것에 대한 대가로 지금 누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호혜적 균형의 활동으로 여긴다.‘
돌봄은 누구나 겪는 일로, 많은 사람의 돌봄을 받고, 많은 사람에게 의존한다. 이런 돌봄의 본질과 중요성에 대해 폭넓고 솔직하게 쓰여진 책은 영국의 현실을 이야기 하지만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구 절벽의 시대가 다가 왔고, 인간의 수명은 늘었다. 돌봄을 나눌 수 있었던 가족제도는 변했고, 자본주의 속에서 돌봄은 비즈니스가 되었다. 이런 시대, 지난한 코로나 19를 겪어내면서 ’모든 인간의 후생(well-being)이 의존하고 있는 돌봄‘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그 인식을 통해 이제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돌봄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 ’돌봄의 뿌리는 연대와 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