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니?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76
노혜진 지음, 노혜영 그림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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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니?] 그림책은 표지가 앨범 같습니다. 5-6살로 보이는 당발머리의 여자 아이가 앞을 보고 있는 사진 같이 보이는데요. 빛바랜 사진첩에서 나올 흑백사진 속의 여자 아이의 옷차림을 보면 오래 전에 찍은 듯해 보입니다. 집에 하니씩 있음직한 앨범 같은 [넌 누구니?] 그림책을 열어보면 면지도 앨범 속으로 초대하는 듯한 색감입니다. 표제지는 더 오래되고 빛바랜 듯한 느낌을 더 주는데요. '넌 누구니?'라는 글자가 번지듯이 쓰여져 있엇 바람이 불어서 모래가 흩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랜 시간 속에 습기로 인해 글자가 번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조금은 오래된 시간 속으로 여행을 할 거라고 초대를 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이야기는 '1922년 해주 달이 물그릇에 담긴 날, 나는 태어났습니다.'로 시작합니다. 정갈한 물 그릇과 한 생명의 탄생. 그 탄생을 위해 얼마나 많은 바람이 깃들어져 있었을까요? 한 아이의 부모가 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경이로운 탄생. '엄마보다 환히 웃던 아버지가 날 위해 오동나무를 심었어요.'라는 말이 참으로 정감이 있었습니다. 나무를 심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에 집안 살림이 좀 넉넉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더라구요. 그리고 약첩과 약을 다리는 도구들이 보여서 약방을 하는 집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많이 닮은 딸은 얼마나 사랑 받고 자랐을까요? 서로 마주 보는 눈길이 정겹습니다. 그렇게만 살아가면 좋으련만 1940년 세상은 더 어려워지고 여자로서 살기는 더 힘이 들어집니다. '옆집 언니가 순사들에게 강제로 끌려가자 마음 졸이던 아버지가 서둘러 내 남편감을 찾았어요.'라는 말에 그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서둘러 결혼하게 된 시눕의 얼굴은 울상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생전 처음 만난 사람과의 결혼이 두렵고 싫었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면 곧 만나러 가겠다고 편지를 썼던 나에게 이번에는 하늘이 무너지며 피붙이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시커먼 바다를 헤치며 폭격을 피해 인천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살아가며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한 사람의 역사이기고 하고, 우리 할머니의 역사이기도 해 보였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제각각 삶이 분명 달랐겠지만 그 안에서 살기 위해 살아 나가기 위해 가족을 위해 애썼던 마음과 노력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넌 누구니?] 그림책을 읽으면서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집에 있는 오래된 앨범을 꺼내서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정감이 있으면서도 그때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아련하기도 한 이야기였거든요. 그때를 살아가야 했던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이기에 감사함과 지금의 또 다르게 가족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 지금의 어머니들에게는 찬사를 보내고 싶어지네요. 아이들과 함께 역사 공부를 할 때도 그때의 삶을 살았던 분들의 이야기로 [넌 누구니?]를 통해서 접근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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