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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사라진 저녁]이라는 제목을 보고 그림책 표지를 보았을 때, 드는 생각은 무언가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식탁보와 일회용으로 보이는 종이 접시와 종이컵이 한 곳으로 다 떨어져 있는 모습이 긴박했던 상황을 알려 줍니다. 풍선 2개와 토마토, 생뚱맞아 보이는 면장갑과 개구리 한 마리가 표지에 보입니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어울리는 이 조합은 [사라진 저녁] 그림책의 내용을 더 궁금하게 만듭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따스한 분홍빛 색감이지만 뭔가 스산한 느낌이 함께 드는 것도 이색적으로 다가오네요.

면지의 색감도 따뜻한 옅은 살구색인데요. 면지 안에 가득 채운 주방 용품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감을 자아냅니다. 권정민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으로 본 것은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였는데요. 유머 가득한 내용에 많이 웃기도 하고 뜨끔한 장면에서는 잠시 말을 잃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좋아하는 그림책이어서 다른 분들에게 읽어 드리기도 했었기에 권정민 작가님의 작품은 설레임으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사라진 저녁]을 한 편 펼쳐 볼까요!

첫 장면부터 심상치가 않았는데요. 저의 집을 와 보신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익숙한데 낯설게 느껴지는 것. '요즘 다 그런거지.'라는 마음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아,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가는 구나.' 하는 이중적인 마음이 번갈아 차지하면서 요동을 칩니다. 모두 다른 집이지만 비슷한 상황을 보여주는 모습. 비슷한 표정의 배달을 하는 분들. 지금 우리 모습이 담백하게 그려져 있어서 더 잘 와닿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을 펼치고는 눈을 잠시 의심했습니다. 아파트 앞에 묶여 있는 돼지 한 마리와 그 몸에 붙어 있는 메모 한 장은 뭔가 황당하기도 하고, 놀라우면서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메모의 내용은 '죄송합니다.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요. 직접 해 드세요!'였습니다. 와!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해서 나올 수 있었는지 권정민 작가님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을 하였습니다. 요리가 안 된 저녁이 배달된 시점이 저녁 노을로 보아 저녁 때였습니다. 사람들이 원했던 메뉴는 보쌈, 감자탕, 돈가스, 보쌈, 김치찌개였구요. 아파트 앞에 묶여 있는 돼지와 음식을 주문한 사람들의 표정이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생기가 없어 보이고, 피곤함이 눈 밑의 다크 써클로 표현되어 있고, 뭔가 영혼을 잃은 듯한 눈들은 모두 스마트 폰으로 가 있네요. 모두가 식당으로 전화를 했지만 모두 배달을 나가서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설정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했습니다. 상상 못한 이야기의 전개는 웃음과 놀라움을 선사해 주었구요. 씁쓸하기도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무엇을 배웠을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편리함에 익숙해지고 그 익숙해짐을 놓치기 싫은 저를 돌아봅니다. [사라진 저녁]을 느슨해진 마음이 편리함을 추구하려고 할 때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을 잊고 있을 때마다 꺼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