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타 테켄트럽의 그림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최근인데요. 그 매력적인 그림에 늘 감탄하게 됩니다. 표지를 보면 여우와 맞딱드린 두 마리의 고슴도치가 보입니다.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는 깜짝 놀랐는지 앞발을 들고 뒤로 넘어갈 것 같이 보이기도 하네요. 그 모습을 노려보는 여우의 모습과 여우 아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개미들도 함께 보입니다. 여우와 고슴도치 위로 나뭇들이 아름답게 가지를 뻗고 있구요. 형형색색 나뭇잎들이 자가만의 색을 보여줍니다. 그 사이 사이에 곤충들이 날아다니거나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데, 여우와 맞딱뜨리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너무나도 온화하고 따뜻한 가을 날 같습니다. 아마도 전체적으로 뒤에서 햇님이 빛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나도 안 무서워!]는 여우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속표지에서도 여우와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만큼 여우는 위협을 가하는 동물이고 두려움의 결정체로 상징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작은 고슴도치와 큰 고슴도치는 같이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큰 고슴도치가 안 보였고, 찾고 있었으니까요. '작은 고슴도치는 용기를 끌어모아 집 밖으로 발을 내디뎠어요.'라는 표현에서 평소에 작은 고슴도치는 혼자서는 집 밖을 나서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 "간다!", "난 하나도 안 무서워!"라고 외치면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는데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너무 잘 되어서 웃음이 나와 버렸습니다. 작은 고슴도치의 모습은 어린 아이의 모습이면서도 스스로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해 보지 않은 것을 처음 할 때 느끼는 그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고슴도치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독자 뿐만 아니라 작은 고슴도치 주변에 있는 다른 동물들도 함께 응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작은 고슴도치의 시선을 따라 함께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따스함이 그림 속에 다 녹아들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내려가려는 길에도 햇님이 밖을 따스하게 비쳐주고 있습니다.

용기 내어 내 디딘 발걸음 후에는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큰 고슴도치를 만나게 됩니다. 큰 고슴도치가 없어서 무서웠던 것인지 묻는 말에 어떻게 대답했을지 예상되시나요? 네, 맞습니다! "나 하나도 안 무서웠어!"라고 말합니다. 많이 무서웠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는 소풍을 갑니다. 둘이 휘파람을 부르며 가다가 멈춘 후에도 휘파람 소리가 들려서 나무 위를 올려다 보게 되는데요. 그 정체는, 바로~ 색색의 새들이었습니다. 새들이 날아 와서 휘파람을 따라 불러서 무섭게 했다면 사과한다고 하는데요. 작은 고슴도치에게만 그 이야기를 한 것이었습니다. 작은 고슴도치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무섭다고 이야기를 하면 약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겁쟁이라고 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두렵다고 말하면 더 두려울 것 같았을지도 모르고요.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는 표지에 나온 여우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둘은 잘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작은 고슴도치는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할 수 있을까요? 그림책을 끝까지 다 읽고 한 후에 뒷표지를 보게 됩니다. '창피한 게 아니야, 자연스러운 거야!'라고 씌여져 있는 글귀가 저에게도 말해 주는 것 같아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