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할머니 ㅣ 딱따구리 그림책 34
줄리 김 지음, 성기홍 옮김 / 다산기획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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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할머니]라는 그림책을 저는 영어로 되어 있는 그림책으로 먼저 접했습니다. [Where's Halmoni?]로 읽고는 너무나 웃기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우리 전래 동화가 영어로 나오고, 무엇보다도 영어 그림책에 우리의 한글이 같이 쓰여져 있어서 얼마나 반갑고 뭔가 뭉클하기도 했었습니다. 영어 버젼으로 읽는 재미와 한글로 읽는 재미는 또 다르더라구요. 할머니의 집 안 풍경도 한국의 전통 탈, 방석, 도자기, 그림, 가야금 등이 그려져 있어서 자랑스러운 마음이 마구 샘솟았습니다. 그러면 [사라진 할머니]이야기 속으로 우리도 빠져 볼까요?

 


 

[사라진 할머니]의 표지에는 문고리를 발톱으로 살포시 잡고 있는 호랑이의 얼굴이 반쯤 보입니다. 무섭지는 않지만 호랑이 특유의 힘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눈빛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얼른 이리로 와 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문을 확 열어 젖히게 될지 아니며 문을 닫을지 선택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제목처럼 [사라진 할머니]를 이 호랑이가 어떻게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표지를 쫙 펼치면 맞은편에는 오누이가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요. 뭔가 숨바꼭질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얼른 도망가라고 외쳐주게 되네요.

 


 

면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할머니가 뭔가 맛난 것을 끓이고 계십니다. 그때 택배 아저씨가 큼직한 뭔가를 배달해 주셨는데요. 그것은 바로 창호문이었습니다. 뚝딱뚝딱 할머니가 창호문을 벽에 붙였는데요. 세상에나! 그 문을 호랑이가 열고 들어와서 할머니를....!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할머니의 "나쁜 호랑이!"라는 외침과 함께 면지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사라진 이유는 역시 호랑이였던 것이었네요. 그리고 곧 손녀, 손자가 할머니 집을 방문합니다. 할머니의 팥죽 냄새만 있고 팥죽도 사라졌습니다. 부엌에는 호랑이 발자국과 뭔가 일이 벌어진듯한 흩어져 있는 주방 물건들만 보일 뿐이었죠. 범인은 호랑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호랑이가 집에 왔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함께 읽는 아이들만 호랑이라고 외쳐줄 뿐이죠. 둘은 할머니의 집에서 새로운 창호문을 발견하고는 들어가 봅니다. 

 


 

 와!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을 통해 나니아로 들어갔던 것 같이 창호문을 통과하니 할머니의 집이 아니라 산 속 초가집으로 변신해 버립니다. 저 멀리 하얀 보름달에는 사다리까지 있구요. 초가집 지붕에는 흥부네 박 같은 것이 탐스럽게 열려져 있네요. 그리고 시작되는 토끼와의 만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보다 100만배는 귀여울 것 같은 달토끼가 등장합니다. 두 아이를 따라 오는 달토끼의 정체는 무지 무지 배가 고픈 달토끼였습니다. 영어버젼에서는 달토끼는 한국말을 쓰고 두 아이는 영어를 하는 상황이 왜 이리도 재미있는 걸까요? 우리글 버젼에서는 달토끼의 말이 더 혀가 짧고 애교 가득한 말로 이야기를 하는데요. 사랑스러움이 한도초과를 한 것 같아 보입니다.

 

 

 토끼 이후에는 도깨비가 등장하는데요. [사라진 할머니]에서의 도깨비는 무섭다기 보다는 장난치기 좋아하는 그런 느낌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받은만큼 돌려주는 마음씨 착한 도깨비들의 얼굴이 전통 탈과 비슷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드디어 호랑이를 만나게 되는데요. 호랑이를 쫓고 있던 것은 오누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구미호였는데요. 호랑이 뿐만 아니라 구미호까지 이렇게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것인가요? 사라진 할머니는 도대체 어디 계신 걸까요? 깨알같은 재미와 빵빵 터지는 큰 웃음 속에 우리의 이야기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도 함께 느낄 수 있는 따끈, 말랑, 깨 쏟아지는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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