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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변신중
박아림 지음 / 월천상회 / 2021년 12월
평점 :
뭔가 잘 익은 땅콩의 노랑색같은 따뜻함이 뿜뿜인 표지입니다.

포도송이 같은 형태 안에서 뭔가 끊임없이 움직이기도 하고, 잠시 멈추기도 하는 다양한 포즈와 표정들의 엄마로 추정되는 인물이 보입니다. [엄마는 변신중]이라는 제목이 그 안에 자리잡고 있네요. 뭔지 모를 밝은 기운과 함께 유쾌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줍니다.

면지는 콩알, 땅콩 모양이 반복되는 무늬인데 중간 중간에 색이 없이 선으로만 되어 있는 것도 있네요. 그리고 드러나는 엄마, 바나나 같아요. 이럴 수가 땅콩 모양일 거라 기대했는데 바나나라니. 엄마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긴 부츠와 핫핑크의 핸드배을 매고 한 손에는 파란 서류철인지 책 같은 것을 들고 있네요. 표지랑 너무 다른데... 미스터리 장르였던 것인가?

엄마는 아빠를 만나서 결혼을 하는 엄마의 모습은 순백의 공주님 같네요.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이것은 뭘까요? 왜이리 씁쓸해 지는 것인지? 더 놀랄 수 있을까 싶은데 바나나였으며, 공주 같은 엄마는 가지가 되어 버립니다. 이 모습이 어찌나 지금의 나인 것 같은지? 그런데 그 모습이 마냥 싫지 않은 듯한 엄마의 표정은 무엇일까요? 드디어 표지에서 보였던 땅콩으로 변신한 엄마의 표정은 뭔가 놀란 것 같기도 하고, 당혹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두 손이 살포시 배 쪽으로 가 있네요.

면지에서 땅콩 모양인데 색이 없었던 것이 있었는데, 여기서 땅콩으로 변신한 엄마는 색이 없네요. 주변이 너무나 화사한 레몬색 같은 노랑이어서 나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조금 경이로운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니까요. 뱃속의 완두콩 두 알이 자라는 사실에 이제 다시 원래의 노랑색으로 돌아왔네요.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유쾌해 보입니다.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아이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네요. 의사 선생님의 말이 아니면 형태도 잘 파악이 안되었던 그 때, 뭔가 신기하면서도 울컥하여 눈물을 쏟았었는데...

임신했을 때의 힘듦을 겪으면서 아이를 낳으면 편해질 줄 알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본격적인 시작이었음을. 엄마의 변신을 보면서 그 힘겨웠던 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그 때의 나를 위로하게 되었습니다. 나라는 존재보다 엄마라는 존재로만 있는 것 같아서 힘겨웠었던 순간들. 엄마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이 눈물났던 순간도 있었네요. 나는 누가? 여기는 어디? 라는 표정의 버스 안에서 그만 잠 들어 버린 두 아이를 업고 안고 있는 땅콩 엄마의 모습은 손내밀어 주고 싶어졌습니다. 아니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싶어졌습니다. "많이 힘들죠. 저도 그 과정을 겪었답니다. 이제 제가 손을 잡아 줄게요." 라고 작가님이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 또 다시 색이 없어지는 땅콩 엄마는 영혼이 빠져버린 것 같았으나, 아빠 마중길에서 아빠를 만나자 신이 납니다. 이 장면은 작가님의 말놀이 시간인 것 같았습니다. 육아가 그런 것이 아닌지 단짠단짠한 여정. 이 그림책은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날씬한 바나나에서 알땅콩까지, 한 사람의 성숙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의 이야기입니다. 계속해서 속삭여 줍니다.
"당신 참 힘들었죠, 당신의 변신은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변신을 늘 응원합니다!"라고 말이죠.
읽는 내내 나의 모습과 겹쳐 보여서 짠하기도 하고, 그 때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시간도 가진 것 같습니다. 유쾌한데 왜 이렇게 코 끝이 찡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