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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4 세트 - 전4권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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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 전쟁의 영광 뒤에 가려진 그들의 이야기

 

  나팔 소리가 하늘을 메우고 뿌연 먼지가 피어오른다. 이내 함성과 비명이 뒤섞인다. 소리가 잦아들자 먼지가 걷히고 어지러이 널린 시체들이 보인다. 몇 줄의 역사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참혹한 현장. 전쟁은 이런 광경을 몇 번이고 목격해야 하는 비극이다.

  1812년의 조국전쟁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 대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인 나폴레옹의 프랑스를 꺾고 조국을 지켜낸 자랑스러운 전쟁으로 기록된 러시아의 자랑스러운 역사. 그러나 이는 조국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아픔이 있었다는 이야기와 같다. 레프 톨스토이(Лев Толстой, 1828 – 1910)는 전쟁을 겪으며 흐느끼고 아파했던 이들에게 주목했다. 예나 지금이나 빗발치는 총알을 무릅쓰고 가장 앞에 서는 사람들은 바로 청년들. 결국 조국전쟁을 다룬 대서사시인 《전쟁과 평화(Война и мир)》는 나폴레옹의 침략을 겪은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며 그들이 전쟁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고 삶을 살아가는지를 다룬 ‘성장기’이도 하다.

 

(2) 올라가며 : 고민하고, 흔들리는 청년들

 

 그런데 대단한 전쟁을 겪기로 예정된 이들이 어째 우리보다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똑같거나 못하다. 1권과 2권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쉽게 고민하고, 기운을 잃거나 방황하여 우리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재산상속자가 되지만 아내와 갈등을 빚고 번민을 거듭하는 피예르 베주호프. 나름의 야심을 갖고 전장에 나섰으나 아우스터리츠(Austerlitz)에서 큰 부상을 입고 돌아온 고향에서 아내의 죽음을 보고 삶에 대한 회의를 갖는 안드레이 볼콘스키.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되었으나 안드레이의 부재 중 아나톨 쿠라긴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는 나타샤 로스토바. 모두가 방황하는 청춘들이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생각 또한 다소 설익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피예르를 보면 특히 그렇다. 1권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야회에서 그는 나폴레옹을 예찬하며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전쟁을 옹호한다. 연회에 있던 사람들이야 차르 궁정과 관련된 이들이니 그렇다 해도 글을 읽는 독자들도 선뜻 피예르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피예르 뿐만 아니라 안드레이, 니콜라이 로스토프 등 다른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견해는 물론이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완전하다. 그렇기에 《전쟁과 평화》 1권과 2권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미성숙’이다.

 

(3) 정상에서 : 그들이 찾은 것은 삶에서 느끼는 행복과 사랑이었네

 

 

문학동네의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시리즈' 중 《전쟁과 평화》 표지.

안드레이와 나타샤의 무도회 장면을 그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 문학동네 홈페이지 - http://www.munhak.com/)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 했던 피예르의 말은 진리이고, 나도 지금은 그것을 믿는다. 죽은 자를 묻는 일은 죽은 자에게 맡겨야 하며, 생명이 있는 한 살아서 행복해져야 한다. (2권 p.334 – 335)

 

  안드레이와 나타샤가 만난 2권의 무도회 장면은 흔히 무도회장 특유의 아름다운 광경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에서 평가해보면 그 대목에서부터 조금씩 등장인물들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자리 잡는다고 말하고 싶다. 함께 춤을 추면서 서로에 대한 연정이 싹튼 둘은 말할 나위 없고 프리메이슨 운동 등에 힘을 쏟는 등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던 피예르에게도 사랑이 조금씩 파고들었다. 이제 마음에 들어온 사랑이 각자에 맞는 방향으로 나타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아버지의 반대를 가라앉히기 위해 잠시 나타샤 곁을 떠나기로 한 안드레이와 그를 기다리다 아나톨의 손을 잡은 나타샤. 이 둘이 사실이 아닌 ‘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보로지노 전투에 참전한 안드레이가 치명상을 입는다. 그가 합류한 부상병 대열은 피난을 떠난 로스토프 가문의 행렬과 길을 같이하게 되고 마침내 둘은 사랑의 불이 꺼졌다고 생각될 때 다시 만난다. 자신을 배신한 연인. 하지만 안드레이는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울음을 터뜨리는 나타샤. 그렇다. 안드레이는 나타샤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나타샤도 마찬가지였다. 사랑하는 이에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사랑했기에 행복했다. 당연히 어떤 조건도 붙지 않았다. 둘은 그저 지나간 허물과 아픔을 잊고 행복한 순간만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간직한 채 안드레이는 눈을 감는다. 행복했던 기억을 안고.

  옐렌과의 부부관계가 파경으로 치닫고 삶의 의미를 얻지 못해 떠돌던 피예르. 하지만 역설적으로 불타는 모스크바에서 포로로 잡히고 난 뒤에 진정한 깨달음을 얻게 되니 바로 농민보병 플라톤 카라타예프(플라투샤)와의 만남이 그것이다. 포로라는 비참한 처지에도 감자에 소금을 쳐서 먹는 걸 잊지 말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플라톤을 보며 피예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에게 사랑을 주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을 보냈던 스스로의 모습이 떠올랐으리라. 어찌 보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내 눈 앞에 있는 것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더 나은 삶을 향한 출발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전쟁과 평화》에서 보인 피예르의 방황은 결국엔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한데서 비롯된 문제들이었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은 피예르는 진정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어떤 고난과 역경, 흔들림에도 고개 숙이지 않고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을 터득했다. 

 

(4) 내려가며 : 프랑스어로 가득한 19세기 초의 러시아, 그리고 승리의 원동력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를 쓰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참고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나타내고 있다.

 

내 소설에서 역사적 인물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대목은 내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여러 자료에서 나온 것이고, 집필하는 동안 나의 서재는 참고자료들로 완전한 하나의 도서관을 이루었으며, 자료의 제목들을 여기에 열거할 필요는 없겠지만, 나는 언제라도 그것을 보여줄 수 있다. (4권, p.544)

 

  그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한 것처럼 《전쟁과 평화》엔 19세기 초 러시아의 상황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톨스토이가 도화지가 아닌 책 위에 그린 그림들을 하나 둘 살펴보는 것도 《전쟁과 평화》에 다가가는 또 하나의 독법(讀法) 중 하나라 대표적인 측면만 여기에 짧게 제시하고자 한다.

  《전쟁과 평화》가 보여주고 있는 19세기 러시아의 모습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프랑스어의 사용빈도가 높다는 점이다. 18세기부터 표트르 대제(Пётр I, 재위 1682 – 1725)와 예카테리나 2세(Екатерина II, 재위 1762 – 1796)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서구의 제도와 사상이 러시아로 들어오게 되고 이후 많은 러시아의 귀족들이 프랑스어를 평상시에 구사하게 되는데(당시 유럽 문화를 주도하던 국가 중 하나가 프랑스였으므로) 톨스토이는 이를 놓치지 않고 《전쟁과 평화》에 프랑스어를 쓰는 귀족들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 이 때문에 오늘날 《전쟁과 평화》를 배우는 러시아 학생들이 프랑스어로 된 부분을 보며 골머리를 앓는 불상사(?)가 자주 일어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비록 프랑스어 원문을 표기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박형규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의 번역으로 새롭게 펴낸 《전쟁과 평화》에는 프랑스어로 표기된 부분이 이탤릭체 번역으로 되어 있어 얼마나 이 책에서 프랑스어의 사용 비중이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과연 러시아는 어떻게 프랑스를 이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이를 말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민중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 것’을 그 까닭으로 제시했다. 차르도, 스페란스키도, 그 어느 권력자도 민중의 의지를 의도한 방향으로 끌고 올 수 없었다. 오로지 민중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들을 했다. 그는 거대한 사건 속에서 결정적인 인과관계를 찾으려는 시도를 비판하며 특히 ‘위대한 인물’로 인해 역사적 흐름이 바뀌었다는 흔한 믿음을 부정한다. 운명론이나 결과론, 그리고 소수의 위인들에 구애받지 않은 톨스토이의 서술 방식은 조국전쟁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을 제시했고, 이는 지금에도 그 위력을 잃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5) 나오며 : 우리 시대에 《전쟁과 평화》를 내미는 까닭

 

  왜 《전쟁과 평화》를 읽어야 하는가. 이제 그 답을 할 때가 왔다.

  처음엔 이 책을 통해 19세기 전반의 러시아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책을 다 덮고 마음속에 남은 것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것에서 진정한 시작이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사실 《전쟁과 평화》를 읽으며 나폴레옹 전쟁 당시의 전역(戰域)이나 정치적 상황, 풍습 등을 아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소중히 하고 이를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출발이라고 안드레이가, 피예르가, 나타샤가 돌아가며 말하는 외침을 듣는다면 이 책에서 얻는 바가 결코 작지 않다.

  언제부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평가받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작아질 때가 많고 심지어 누군가에 대한 연정을 품을 때도 고민을 거듭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들에게 《전쟁과 평화》는 말한다. 삶을 사랑하고, 행복해지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목적이라고 말이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고전이라 불리는 이 책을 먼지더미 속에서 꺼내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놔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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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ㅣ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박단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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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부 수립 이후 가장 길었다는 연휴가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연휴를 활용해서 해외여행을 즐기고 싶어 했고 아니나 다를까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출국인원수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렇게 긴 연휴를 이용해서 휴양지나 관광지로 떠나면 참으로 좋으련만, 여러 이유 때문에 비행기에 오르지 못해 뉴스를 보면서 아쉬움을 삼킨 이들도 분명 많으리라 본다. 특히 평소에는 장기간 휴가를 내서 다녀오기가 어려운 유럽 여행을 가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이번 연휴가 무척 야속했을 것이다.

아, 유럽 여행이라고 하니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지금도 프랑스가 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꾸준히 손꼽힌다는 사실. 2015년 11월에 파리 테러도 있었고 요즘에도 크고 작은 테러가 발생하고 있어 가기가 망설여질 법도 하지만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등을 비롯한 다양한 볼거리, 맛있는 음식, 거기에다 ‘프랑스’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언가가 아직까지 많은 관광객들을 향해 손짓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새로운 생활정보 등의 다양한 내용을 담은 여행서적들이 수시로 발간되어 예전에 비해 프랑스 여행을 꿈꾸는 분들이 구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여행서적에 담겨 있는 내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프랑스 사회가 지니고 있는 여러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아직도 끊임없이 발품을 팔며 인터넷 검색이나 관련서적, 혹은 신문기사나 뉴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추려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창비의 전방위 세계 읽기 프로젝트 시리즈 중의 하나로 기획된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의 출간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책을 빠르게 살펴보니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프랑스를 이해하고 가까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 쉽게 쓰였다. 하지만 깊이 있는 내용 역시 담고 있다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를 빠르게 훑어보기만 해도 아주 쉽게 쓰였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일반 대중들이 보다 쉽게 프랑스의 다양한 모습을 알게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교양 제공의 목적으로 쉽게 프랑스 문화와 사회를 알려주고자 하는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만약 ‘쉬운 내용’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까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 프랑스 관련 서적 중 하나가 되었을 위험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그 전에 자세히 보지 않았거나 알지 못했던 프랑스의 모습까지 담고 있어 다른 책들과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 일어난 여러 테러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언론 보도와는 달리 프랑스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북아프리카(마그레브) 출신 이민자에 대한 차별에 그 무게를 두고 있는 대목은 사람들에게 테러에 외부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프랑스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프랑스 관련 전공자나 지역 축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역사 테마파크 퓌뒤푸(Puy du Fou)와 여기서 공연되는 방데 지역의 역사적 비극에 바탕을 둔 야간 야외극 시네세니(Cinéscénie)에 대한 내용도 소개하는 등 국내에서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들도 다루고 있어 프랑스를 깊이 이해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2) 프랑스의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한 지식을 제공한다

동거정부라는 용어를 통해 알려진 이원집정부제와 대통령 선거에서의 결선투표제, 그리고 복지국가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많은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정치, 경제 이슈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비교 대상 국가가 바로 프랑스다. 그럼에도 일반 대중들이 위의 내용들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은 매우 부족하다. 당장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 홈페이지에만 들어가서 ‘프랑스 정치’, 혹은 ‘프랑스 경제’를 검색어로 입력한 뒤 클릭만 해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또한 다행히 관련서적을 찾았더라도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쓰인 책이 상당수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프랑스의 정치, 경제에 대한 정보에 심한 갈증을 느낀 독자들이라면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에서 다루고 있는 정치와 경제 관련 내용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단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의 제4공화국과 제5공화국, 그리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까지의 프랑스 정치사가 간단히 다뤄지고 있으며 결선투표제로 대표되는 프랑스 선거제도의 특징과 주요 정당에 대한 정보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 진출하며 점점 그 세력을 넓히고 있는 *국민전선(FN. Front National)에 대한 내용 역시 확인할 수 있기에 프랑스 정치를 개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리고 프랑스 경제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는 점도 반갑다. 프랑스가 유럽 내에서 독일에 이은 최강대국이고, 세계적으로도 아직 주요한 경제강국으로 꼽히는 나라임에도 우리는 프랑스의 주요 산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알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랑제콜 중심의 엘리트 교육이 자연스럽게 항공우주산업, 군수산업 등에서의 경쟁력 확보로 연결된다는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에서 경제 관련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가 단순히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인권’의 나라로 알고 있는 프랑스가 사실은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밑바탕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된다.

 

3) 2017년 ‘지금’ 다룰 수 있는 프랑스의 새로운 정보들을 알 수 있다

만약 프랑스의 지방 행정 제도에 관심이 있어 어떻게 국토가 나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사전의 도판을 본다면, 아마 잘못된 내용으로 배우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2016년 1월 1일부터 프랑스의 지방 행정 구역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론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직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우리말도 된 자료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 매우 반갑게도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에 새로운 프랑스의 행정 구역을 우리말로 볼 수 있다.

위의 예는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가 2017년 지금 구할 수 있는 최신의 정보들을 많이 담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하나의 사례다. 이외에도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과거와는 다른 국민전선 지지자들의 인터뷰 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노력을 기울인 노동법 개정 움직임 등 현재 프랑스에서 뜨거운 화두로 자리 잡은 내용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는 프랑스에 대한 관심이 생겨 관련된 내용들을 살펴보기 시작한 분들에게는 지금의 프랑스를 알 수 있는 기회를, 프랑스에 관심이 있어 예전에 다른 책으로 공부를 하거나 독서를 한 분들에게는 예전의 프랑스가 지금과 무엇이 다른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를 읽으면서 프랑스에 관련된 정보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한 저자의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라이시테(Laïcité)라는 용어는 프랑스 전공자들에게는 전혀 생소하지 않지만 막상 일반인에게 말로 풀어서 설명하려고 하면 꽤 까다로운 개념 중 하나다. 라이시테의 정확한 의미를 밝히기 위해 저자는 먼저 라이시테를 우리말로 보통 어떻게 번역하는지를 참고삼아 언급한 다음 라이시테가 확립된 역사적 배경이나 그 특징을 말하면서 라이시테라는 말을 원어 그대로 써야 하는 이유를 읽는 이가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원어의 의미를 왜곡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독자들에게 생소한 용어를 무조건 암기하기를 강요하지 않는 균형 잡힌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서학의 전래서부터 최근의 파리 국제대학촌 내의 한국관 건립까지의 한불 관계에 대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에서 거둘 수 있는 중요한 소득 중 하나다.

왜 다른 나라, 그것도 프랑스를 알아야 할까? 여러 생각이 있겠지만 “프랑스 사회를 연구함으로써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그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랑스라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그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까지 살펴보는 학문적 태도가 필요하다.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는 그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제 테세우스의 손에 들려 있는 실타래처럼 이 책과 함께 ‘불가분의 공화국’이면서 여러 얼굴을 하고 있는 프랑스라는 세계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책상에서 말이다.

 

*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에서는 국민전선이라는 용어 대신 민족전선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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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러시아 클래식 골드 100선 [100CD]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 클래식라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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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음원들이 워낙 귀한데다가 이렇게 염가로 나오다니, 안 살 이유가 없는 음반.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들은 물론이고 스베틀라노프, 므라빈스키, 리흐테르 등 명지휘자, 명연주자들의 녹음 또한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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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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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네요! 광활한 대지 위에 펼쳐지는 역사.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말이 필요없는 대작의 훌륭한 번역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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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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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한강의 지류라고 단순히 정의 내리기엔 그 아름다운 풍광과 정취가 너무 아까운 강이다. 고려, 조선에 걸쳐 조세를 운반하는 조운 수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남한강이 품은 아늑한 산자락에는 여러 명승고적이 자리 잡았다. 또한 강가를 무대로 살아온 여러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한강이 지나는 영월, 제천, 단양, 충주, 그리고 여주, 양평까지. 어디에 가나 남한강이 키운 고장의 정겨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남한강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유홍준 교수는 또 다시 길을 나섰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남한강편>(이하 <답사기 8>로 약칭)은 그 여정의 산물이다.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다시피, 이번 권부터 지역별로 안배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하나의 주제, 하나의 테마로 쓰겠다는 결심이 반영되었다. 그래서일까. 남한강을 무대로 한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렇기에 독자들도 이번 <답사기 8> 앞에서는 조금 자세를 고쳐 앉아야 필요가 있는 듯 보인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맨 처음 나올 때부터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말하며 여러 독자들을 흥미로운 우리 문화유산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편안해진 문체, 연륜이 묻어나는 유머를 대한 우리의 관념은 “아는 만큼 보인다.”에서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로 자연스러운 전환을 이룬다. 이제 독자들은 남한강의 정취를 책으로 편안하게 즐긴다는 생각으로, 남한강이 담고 있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여정은 영월에서부터 시작된다. 동강과 서강의 고장이며, 주천강의 고즈넉한 정서와 단종의 애사(哀史)를 간직하고 있는 이 고장에서 유홍준 교수는 때 묻지 않은 향촌의 정서와 비정한 권력다툼 속에서 희생당한 소년의 이야기를 꺼낸다. 특히, 주천강가의 마애불을 다루는 대목에서 이런, 저런 비평보다 향토적인 색채를 담은 신경림 시인의 시를 인용한 것은 단연 압권이었다. 또한 청령포 → 관풍헌 → 장릉으로 이동하며 단종의 즉위서부터 수양대군(세조)의 찬탈, 사육신의 단종 복위 시도, 끝내는 죽음을 맞기까지 단종이 직면해야 했던 개인적 격변들을 순차적으로, 그리고 담담히 되짚으면서 17세의 어린 나이에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던 단종의 일생을 생각했다. 청령포에서 정치와 민중에 대해 생각한 신영복 선생의 상념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제천과 단양, 충주에 이르러 남한강의 풍광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비록 충주댐의 건설로 청풍과 단양 일대가 대부분 수몰되었지만 옮겨진 유적과 남아 있는 일대의 이야기로도 남한강의 물결은 넘실거린다. 이곳을 본향으로 일어난 청풍 김씨 문중의 이야기에서부터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대표되는 절경, 그리고 대규모의 시멘트 공장이 들어선 석회석 노천 광산 등 빼어난 경치와 우리네 일상을 모두 접할 수 있는 곳이기에 <답사기 8>에서도 가장 많은 분량이 할애되었다. 아마 독자들이 <답사기 8>를 읽으며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미치는 부분도 바로 여기가 아닐는지.

남한강을 따라가는 여정은 충주와 원주, 여주의 폐사지(廢寺址)와 신륵사에서 마무리된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폐사지는 울적한 마음을 다스리고 감상에 젖어들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특히 이번 <답사기 8>에 소개되는 폐사지만 돌아봐도 폐사지에 대해서 일정 수준의 이해를 갖추게 된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폐사지에 대한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폐사지를 돌아본 유홍준 교수는 신륵사에 이르러 우리가 ‘관광지’라는 인식을 가져 그 예술적 미학을 깨닫지 못했던 이 절의 매력을 일깨워준다. 못난 선대(先代)의 잘못을 후대(後代)가 바로 잡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글을 매조 지으면서.

 

강은 곧 인생이다. 세월의 흐름을 두고 ‘유수(流水)와 같다.’라는 표현으로 비유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굽이쳐 흐르는 강에는 때로는 우리의 슬픔이 담겨 있고, 한편으로는 기쁨과 행복함 또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강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우리네의 삶을 돌아본다는 생각으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 유홍준 교수도 이런 생각을 하며 남한강을 따라 걸었던 여정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이제 이 책과 함께 남한강에 담겨 있는 우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가장 좋은 것은 주말이나 시간이 날 적에 차에 <답사기>를 꽂아두고 남한강변을 돌아보는 것이다. 예전에는 미처 눈에 들어오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감동이 일렁일 것이다. 남한강을 돌아볼 시간이 나지 않더라도 너무 서운해 하지 마시길.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이렇게 위로하고 있지 않은가.

 

“동양화에서 산수화의 유래는 5세기 남북조시대 화가 종병(宗炳)이 늙어서 산에 더 이상 오르기 힘들어지자 산수화를 그려놓고 누워서 보며 즐긴 데서 나왔다고 한다. 이를 누워서 노닌다고 하여 와유(臥遊)라고 한다. 나의 답사기가 꼭 현장에 가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파에 편하게 기대어 독서하는 또 다른 와유가 되기를 바란다(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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