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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방문화 - 대서양에서 지중해까지 ㅣ 프랑스 문화 3부작
이상빈 지음 / 아트레이크 / 2022년 7월
평점 :
글쓴이가 같은 출판사와 손을 맞잡고 펴낸 시리즈의 첫 권 <나의 프랑스>에서 그랬듯, <프랑스 지방문화>도 같은 출발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프랑스를 깊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 이미 작가가 전작에서 “정직하고 지독하게 승부했다면 나의 프랑스는 그 누구의 프랑스와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나의 프랑스>, p.6).”고 밝히지 않았던가. 프랑스를 마주하고 앉아 수십 년을 연구한 저자가 우리 사회가 프랑스를 어떻게 보는지 떠올렸을 때 문제가 있다고 여겼던 것 같다. 사실 그렇다. 우리 사회에서 프랑스가 화제가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톨레랑스, 앙가주망, 루브르…같은 정형화된 유행을 넘지 못했다. 다루는 소재의 지역성으로 파고 들어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파리, 프로방스, 보르도…정도? 유명한 관광지 빼곤 우린 프랑스에 어떤 지방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바로 여기서 <나의 프랑스>로 자신이 어떻게 프랑스와 승부하고 공부했는지 밝힌 글쓴이가 <프랑스 지방문화>를 펴낸 이유가 나온다.
프랑스엔 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역사가 다르고, 같은 사건에 대한 경험이 다른 경우도 있으며, 다름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를 일궈냈다. 그런 다양함이 모여 ‘프랑스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단적으로 음악만 봐도 그렇다. 한 쪽에선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Ensemble Intercontemporain이 실험적인 현대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면 다른 곳에선 훌륭한 고음악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여러 오케스트라들은 각 음반사와 활발히 함께 일하며 레퍼토리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녹음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다. INA(프랑스국립시청각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여러 음악축제 음원들은 얼마나 다채로운가.
이렇듯 음악만 봐도 알 수 있는 프랑스의 풍부한 다양성이지만 책으로 공부하긴 쉽지 않았다. 여행정보 이외의 문화유산이나 역사 등에 대해 알기 아려웠다는 뜻이다. 거기다 더해서 앞에서 말한 우리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에 대한 서적들이 주가 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지방문화>가 프랑스 곳곳의 모습이 궁금한 이들에게 길을 열어준 것 같아 반갑다.
프랑스를 공부하는 일은 결국 마지막엔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프랑스를 깊이 알지 못햇기에 몇몇 기억과 지식으로 프랑스를 쉽게 정의했던 것. 이런 선입견 중 하나가 ‘프랑스는 파리, 혹은 프로방스만 있다.’라는 것이었고, 그를 극복하는 책으로 <프랑스 지방문화>를 만나게 돼 무척 기쁘다. 당장 이 책을 여러 번 읽으며 신나게 프랑스를 더 넓게 공부할 생각이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는, 카프카의 말을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