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그냥 사실을 그대로 쓴 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의 인기척 이규리 아포리즘 1
이규리 지음 / 난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시를 한꺼번에 접하면서 시 너머에 있는
‘시인’들은 어떤 생각 속에 살며, 어떤 삶을 살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의 인기척 이규리 아포리즘 1
이규리 지음 / 난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의 인기척’이라 쓰고, ‘시인의 인기척’이라 읽습니다.
-

시인은 아마도,
-
설명을 줄여가며 본질에 다가가는 사람(p.37),
-

상상력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있지 않은 걸 보게 하고 없는 걸 있게 하며 우울을 별로 바꾸거나 공포를 장미로 보게도 하는, 그 환상에 언어를 담아 시로 만드는 사람, 괴로움은 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걸 아는 사람(p.71)
-

오늘 바다를 보았다, 라고 할 때 그것이 정말 바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조금 슬프다. 그러나 그걸 바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많이 슬프다. 라고 말하는 사람(p.132),
-

스스로 고독의 방 문을 열고 심연으로 들어가는 사람,
슬픔과 비참을 친구처럼 옆에 두고 나란히 걷는 사람,
비린내 나는 기억을 기꺼이 끄집어내어 시어로 엮어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 그래서 언제나 깊은 밤이 드리운 사람.
-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시인으로 시를 쓴다는 것, 시어를 낚는다는 것은 어떤 일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깊은 사유 속에 ‘인기척’이라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

이 책을 닫으며, 너무 외로워 보여서 아름답고, 너무 아름다워서 외로워 보이는 그런 존재가 있다면, 그건 ‘시인’일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

어떤 경우에도 불완전한 자의 위치를 벗어날 수 없지만 해답을 구해야 하는 일에 직면할 때면 더 아름다운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제는 덜 부끄러운 쪽을 선택한다. 그리고 입을 닫는다. P.33
금요일부터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 말이 참 와닿습니다. 잘 사는 건 어쩌면 쪽팔리지 않게 사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시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믿지 않는다. 그저 돌아보게 한다. 잘 돌아보게 한다. 저 어둡고 낮고 누추한 곳에서 어찌 빛이 나오는지. 그 빛 따라가다보면 헐했던 몸의 둘레가 환해진다. 그것이 변화이다. p.103
-

시로써 시대를 해석한다면 윤동주의 부끄러움은 선善에 가깝고 김수영의 부끄러움은 진眞에 가깝다. 진은 강직함이며 선은 따뜻함이다. 두 개념은 거의 서로를 공유하고 있다. 이토록 지극함에 이르는 이들의 노력은 수정처럼 맑은 소리로 남는다. 그때 우리가 느끼는 거 공히 미美다. P.115
-
이유가 길면 널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 P.153
시가 갑자기 좋아진 이유를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

나는 아닐 불자를 좋아한다. 불안, 불편, 불리, 부족, 불가능 등. 그 단어들을 오래 함께 의복인 양 입을 것이다. (...) 그러나 좋아하지 않는 불자도 있다. 불법, 불신, 부정, 부실 등. 이는 어떤 말씀에 의해 구별할 수 있는데 전자가 갈끝을 자기에게 두고 있다면 후자는 칼끝을 상대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 p.44
-

시인이 되지 못하더라도 내가 들고 있는 칼끝은 언제나 ‘타인’이 아닌 ‘나’를 향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자주 고뇌에 빠지고, 나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며, 부끄러워하고, 외로워하고, 괴로워 하나 봅니다. 이를 ‘고독’이라고 해도 될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착각 - 허수경 유고 산문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다 곁에서 받는 위로는 우리가 자연에 가까이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p.21
-

오늘, 내 착각여관에는 필리핀에서 온 물고기 모빌이 고향의 화어로 헤엄친다. p.24
-

12년 전 필리핀 빈민촌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옆엔 저택같은 중국인 무덤이 있었습니다.
한 쪽은 쓰레기 더미와 구정물에서 수영을 하며 그 물을 마시면서도 웃으며 놀고 있고, 한 쪽은 아무 말 없이 공허만 남아있었습니다. 어떤 이가 행복한지 알 수 없는 묘한 풍경이었습니다. 착각은 어쩌면 어려움을 이겨내는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바다 곁에서 자연에 가까이 있다는 착각 속에 위로를 받는 것처럼.
-

고향은 아늑한 곳이 아니다. 고향은 마냥 불편한 곳이다. 고향을 떠나온 많은 이에게 고향은 잃어버린 파라다이스가 아니다. 고향은 고향을 떠나서 살 수밖에 없는 현재 조건의 기원지이기도 하다. 또한 떠났다가 돌아온 자에게 고향의 풍경은 낯설기 그지없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낯섦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p.39
-

그렇다. 지금의 한국은 나에게 낯설기 그지없습니다. 칭다에서 그리워하던 고향에 왔는데, 이 한국은 내가 그리워하던 고향은 아닙니다. 완벽한 착각이고 그 착각을 넘은 착란입니다.
-

믿음이 가져온 착각. 언제나 그랬기에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가정이 가져온 착각. p.55
-

가끔 사람에게 뒤통수 맞을 때 생각합니다. 저 사람을 내가 어떻게 믿게 되었는지. 그 모습은 항상 믿을만 했습니다. 믿을만 했다는 그 착각이 뒤통수의 통증으로 돌아옵니다.
-

나는 태어났는데 내 아버지는 죽고 싶었다는 그 게절이 딸기가 익는 계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딸기 넝쿨을 보았을 때, 유물에 들어 있던 푸른 원고지 줄이 떠올랐다. (...) 딸기 넝쿨에서 오래된 원고지의 푸른 줄을 떠올린다. 쓴다, 라는 것은 이렇게 쓰리며, 달고도, 아련하다. p.71
-

착각은 쓰면서 달고, 취하면서 깬다고 해야할까요? 착각의 이중성은 정말 쓰리며, 달고도, 아련합니다. 그것이 나에게 상처를 준 소중한 가족이라면, 더욱이.
-

나는 아직 살아 있어서 옛 고향의 모습,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다. 아마도 내가 그곳을 떠났을 때 함께 가지고 간 것이리라. 그렇게 장소도 장소를 떠난다. p.80
-

정말 장소는 떠날 수 있습니다.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 이질감이 너무 커서 여러 겹으로 겹쳐보일 때가 있을 뿐.
-

‘나는 인종주의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서 중요한 점은 ‘하지만’이라는 말 뒤에 붙는 말이다. p.94-5
-

난민에 문제, 그 외에 수많은 문제, 전쟁과 가난을 피해 찾아온 이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나 역시 그 상황에 처하게 되면 ‘하지만’이란 말을 할 가능성이 많기에. 그 상황이 아니면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착각할 뿐.
-

그런데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설명할 수 없는 것 그 너머에는? 그 너머에서 존재의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이 시가 아닐까. 놀리로 설명되는 세계의 불완전함을 절망하는 것이 시가 아닐까. p.104
-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지금 가장 작은 바이러스 하나에 이렇게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다. 모든 것을 안다는 착각만큼 불가항력적 문제를 만났을 때 두려움을 극대화 시키는 게 있을까?
-

지상의 모든 장소는 실재로부터 한 인간의 꿈속으로 곧잘 들어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공간은 온전히 한 인간에게 속한 곳이다. 나에게 잘츠부르크란 그런 곳이었다. p.115
-

리장에 갔을 때 현지 뱃사공이 저 산너머 샹그릴라가 있다고 했을 때, 그 이후 샹글릴라에 대한 이미지를 자주 그리곤 했습니다. 언젠가 세계테마기행에 샹그릴라가 나왔을 때, 상상하던 모습과 달랐지만, 그건 ‘나의 샹그릴라’가 아니었습니다. ‘나의 샹그릴라’는 내 안에 있으니까요.
-

오늘 이 책을 떨어진 능소화 꽃잎과 함께 찍었는데, 능소화 꽃말이 ‘여성, 명예, 이름을 날림’이네요.

시에 문외한 이었던 제가 시인의 첫 유고집을 통해 시인을 알게 되었으니, 어쩌면 시인의 유고집은 저에게 있어서 만큼은 ‘능소화’일 거 같습니다. 능소화의 색깔과 꽃말과 참 잘 어울리는 산문집입니다. 그리고 이 책이 능소화의 꽃말처럼 되길 바랍니다.

시를 교과서로 배워서 마음껏 착각할 자유를 빼앗긴 채 새장 속에 새를 보듯 시를 접해서 지루하게 느껴진 것 같습다. 이제 마음껏 착각하며 봐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착각 - 허수경 유고 산문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인종주의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서 중요한 점은 ‘하지만’이라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