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유성원 지음 / 난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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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그룹, 내 본 직분은 유성원 작가님의 그룹과 정반대편에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으로 싸우고 있는 그 반대편에 있다. 교민사회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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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금지법’이라는 명칭이 바뀌길 원한다. 무엇을 금지한다는 것은 또다른 차별을 낳는다.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차별금지법’과 ‘동성애금지법’으로 무한반복할 것이다. 무엇을 허락하는 ‘개정법’이 서로의 중간 지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이런 생각 자체가 내가 속한 그룹에서는 이단아 취급을 받을 것이고, 지금부터 내가 쓴 글 하나만으로 나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유성원 작가님이 용기를 낸 만큼, 나 또한 반대편에서 들을 준비를 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노력이 유성원 작가님의 책을 다 읽은 것이다. 불편한 부분을 대충 읽고 넘어가지 않고 정독을 했다.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불편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다 거둬내도, 혹은 그대로 읽어도 유성원 작가님이 하고자 하는 말은 너무나 일관적이고, 정확했고, 흐트러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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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이 책을 내가 속한 그룹에 있는 이들에게 권한다. 서로 다른 반대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대충 들으면 ‘개소리’로 들린다.
우리 각자의 그룹은 정확하게 ‘창조의 법칙을 거스르는 소리를 하는 개소리’, ‘영성이나 창조 같은 허구를 말하는 개소리’로 생각했을 것이다. 듣지 않고, 서로 ‘개소리’로 생각하니, 얼마나 시끄러운가. 그래서 서로 대화가 안 되고 ‘개소리 좀 작작 하라’고, 친구가 될 수 없는 물속의 물고기와 땅 위에 염소처럼 그렇게 지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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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원 작가님의 책에서는 시종일관 말한다.
삶의 의미, 나의 의미는 무엇이며, 자살해야 모든 문제가 끝나지만 자살당하지 않고 살아가길 원하며, 끝없는 외로움과 고독과 공허에 있음을 말한다. “외로움이 뭘까? 죽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유성원 작가님은 지금 살아있다. 죽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그 노력에는 ‘목사’를 만나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 기도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동성애를 하면서 에이즈에 걸리지 않을 방법까지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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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앞에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들에게 단순하게 “동성애는 에이즈로 가는 길이니 돌이켜야 합니다.”라고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거나 “동성애는 죄입니다.”라고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과의 대화가 가능할까? 아니, 사실 이 말은 “교회 오지 말고 꺼져라.”는 말과 같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선. 적어도 유성원 작가님은 이 책을 세상에 내며 한결 같이 말하고 있다. 그리고 ‘정성껏’썼다. 하여 나는 다짐한다. ‘개소리를 작작’하는 게 아니라, ‘개소리를 정성껏’할 준비를 해보기로. 우리는 서로 ‘개소리’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 ‘개소리’는 각자에겐 변하지 않는 진리다. 넓게 보면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화가 될 것이다.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에 좁혀지지 않는 간격이 있다. 내가 c.s 루이스는 될 수 없어도, 적어도 ‘친애하는 적’은 되고 싶다.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그들의 ‘외로움’과 ‘공허’를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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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이 질문을 확장했다. 나의 동기들에게.
‘교회에 동성부부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 혹은 ‘동성애자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물었다. 거의 대부분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살필 필요가 있음을 알리며, 원하는 이에게 이 책과 포스트모던시대를 그대로 반영한 ‘다시 성경으로’(전통적 개혁주의 시각으로 쓴 책은 아니며, 성경에서 말하는 동성애는 문화관의 차이라고 주장한다)를 보냈다. 나에겐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시간이 없다. 그러나 언젠가 유성원 작가님의 책에 대한 답을 최대한 정성스럽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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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이 책이 전해질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그룹에 전해지는 다리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책을 조금 많이 인용했다. 작가님에게 미안할 정도로, 이를 가이드 라인으로 잡고, 이 책을 끝까지 읽기를 바란다. ‘외로움’, ‘공허’, ‘절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의 정반대의 선택을 했고, 사실 영성으로의 길은 선택이 아니다. 선택하고 싶다고 선택되는 게 아니니까. 그저 선물일 뿐이지. 그 선물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은 사람들은 ‘정죄’보다 먼저 ‘듣길’ 바란다. 자격 없는 건 나나 너나 우리나 다 매한가지다.

어려운 결정을 도와준 김민정 대표님과 용기를 낸 유성원 작가님, 그리고 첫 책임 편집을 맡은 송원경 편집자님과 최초딩님을 비롯해 모든 난다 식구들에게 감사드린다.

“만나는 사람 있어요?”라는 말에 아무 말 하지 않는 동안 조금씩, 고통스러운 것은 아닌데 비참해지고 있다고 느꼈다(p.11)
죽고 싶지 않다. 자살이 내게 요구될 때 의문을 가져야 한다(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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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해야 한다. 아무도 안 들으니까. 말하려고 매일 노력한다. 하지만 시간도 필요하다.(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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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기질, 성격 이런 것들의 일부가 심하게 훼손되었으며 그걸 복구하거나 회복할 방법이 없다고 느낀다고요.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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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죽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안 죽은 상태가 될 수 있는가?’ 이게 크고 압도하는 질문이어서 거기에 시달릴 뿐이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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