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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통역이 되나요 - 제대로, 유연하게 언어보다 중요한 진심을 전합니다
정다혜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7월
평점 :
<인생도 통역이 되나요>를 읽고서
<구깃해진 책. 뭔가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ㅎㅎ>
인생도 통역이 되나요? 제목만 보았을때는, 통역사가 쓴 '통역'에 대한 이야기라고는 쉽게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첫 페이지의 분홍빛 종이 위에 적힌 제목은 "직업으로서의 통역사'이다. 이를 시작으로, "통역사의 프라이빗 라이프", "통역사의 길을 걸으려 한다면"까지 크게 총 3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이 책을 선택하고, 이 책을 읽기까지 그 어떤 고민도 필요없었다. 중학교 시절 국제회의 동시통역사가 되기를 꿈꾸었던 그 때가 사회 초년생인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잊고 있었던, 접혀진 채로 구석에 붙박여 있던 그 꿈을 다시 펴보고 싶던 그 마음은 상황만 된다면야 여전히 그 특유의 거부못할 열정으로 예나 지금이나 나를 때론 괴롭히곤 하기 때문이다.
"인생도 통역이 되나요? 제대로, 유연하게 언어보다 중요한 진심을 전합니다" 처음부터 분명하게 나와있는 저자 정다혜 통역사님의 진짜 각오이자 포부. 정다혜 통역사님은, 10여년간의 통역사 생활동안 자신이 고군분투하며 느꼈던 통역의 가치, 그리고 통역이 단순한 언어적 관점을 넘어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 등 '통역이 갖는 의미와 철학'을 진지하게 기록해 놓었다.
"한국어와 영어, 2개의 외국어를 1:1로 완벽연결짓는 언어학적 고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통역사의 개념 아닐까? "영어 진짜 잘하는 사람" 정도로 말이다. 그녀 역시 통번역대학원 초반에는 이러한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공부방법 역시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공부방법, '한국어-영어 완벽 매칭표현 정리'에 집중할 뿐이었으니까. '언어학적 통달' 그 자체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뛰어왔던 바로 그녀였으니까.
그런 그녀가 통역사로서의 커리어를 밟아간다. 무겁게 묵직한 그 한걸음 한걸음을 밟아나가며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자책도 한다. 바로 그 길 위에서, 그녀가 '통역'에 대해 가졌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다. 메시지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연사가 향유하는 그 특유의 문화와 가치관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연사가 너무나 말하고 싶어하는 그 본질'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즉, 단순한 언어학적 관점을 넘어, 통역이 지녀야만 하는 또는 지닐 수 있는 '깊이'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며, 그녀의 성장은 빠른 속도로 나타난다. 독자로서 보았을 때, 그녀를 가장 많이 변화시켰던 것은 '법정통역사'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통번역 이야기가 아닌, 통역사로서 10여년에 걸친 긴 커리어를 쌓으며 자신이 느꼈던 바, 절감했던 바, 생각했던 바. 많은 삶들이 기록되어 있다. '통역'이라는 직무 또는 직업을 소개하는 건 지극히 협소할 뿐, 본질적으로 그녀가 말하고 싶어하는 "시행착오 속에서, 저는 통역이 추구하는 그 깊이를 찾았습니다. 그 깊이 덕분에 저는 또 다른 꿈을 꾸고, 또 다른 길로 나아갑니다."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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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변화의 문턱 위를 넘게 되는 순간, 공부방법도 끊임없이 바꾸어야 했다.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자기 전에 늘 자신의 통역을 되씹어보며 때로는 자책을 때로는 통렬한 반성을 해야 했다. 답답하고 속상한 일과의 연속,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그 끝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어왔던 그녀가 결국 얻어낸 '답'은 무엇일지 읽다보면, 독자로서 단순한 통역정도의 내용이 아닌 삶에 대한 하나의 소중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이 책은 목적을 묻는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바에 깊이를 추구하는 기본에 충실하다. 통역이란 무엇인가? 통역은 누가 하는 것인가? 통역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가징 기본적인 문답도 없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척 많다. 그리고, 깊이있는 사고가 상당히 결여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통역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통역은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통역은 한국어를 외국어로, 외국어를 한국어로 통역해주는 것이다." "통역은 나와 다른 국적을 지닌 외국인과 한국인들 사이에서 '통역'으로써 소통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즉,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통역은 말 그대로 '언어적 역량' 그 자체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통역사들이 갖는 통역의 깊이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통역의 목적. 그 질문에 대해 정다혜 통역사님은 수많은 외교부 조약번역활동 사례와 법정통역 사례를 곁들여 자신이 생각하는 통역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떠올린다. "통역은 메세지에 치중하는 것"
추천합니다. 통번역을 넘어, 삶에 대한 진중한 자세를 함께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