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 책 읽어드립니다,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지음 / 스타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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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 역사강사가 강연도중 이야기했던 한 마디가 유난히 마음에 꽂혔다. "처음부터 영웅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영웅으로서 자신을 희생해야 했던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눈앞의 총칼에 눈을 부릅뜨고 '대한민국 독립'을 외쳤던 유관순 그리고 도시락폭탄으로 일제에 항거했던 윤봉길 등 억압과 차별을 끊고 대한민국의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내게 단순히 멋진 영웅전을 읽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 또는 그녀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두려움과 불안을 갖는 사람이고, 나아가 즐겁게 노는 걸 좋아하는 같은 사람이라는 하나의 인문학적 관점에서 독립운동가들을 읽고 싶었다.

그렇게 눈에 뛴 '백범일지'. 김구 선생님의 자서전이었다. 자서전은 김구의 어린시절부터 차별적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에 도전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동학운동,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이야기 등 시간의 흐름 순으로 진행된다. 찬찬한 시간의 흐름을 되짚고 읽다보면, 김구는 유난히 불합리와 차별 그리고 부정의에 민감한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경제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국방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우리가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p405)" 김구 선생님께서 마지막 주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자세히 밝히듯, 그가 원했던 세상은 차별 없는 공존이었다. 혐오 없는 '인의'였다. '미움'을 극복한 '사랑'이었다.

참 스스로 김구 선생님을 오해했다. 아니, 나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오해했다. 지금까지 독립운동을, 자유를 빼앗고 평화에 대한 권리를 박탈했던 일본에 맞선 항거 또는 우리나라의 자부심과 존엄과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두려움 없이 맞섰던 치열한 투쟁 등 그정도의 좁은 의미로만 해석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소극적으로 그리고 편협하게 그들을 바라봤던 내 시야에 다소 오류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김구의 자서전은 수어번을 밝힌다. 자신은 정의를 원한다고 말이다. 혐오와 차별 없는 '진짜 공동체'를 꿈꾼다고 말이다. 어쩌면, 김구 선생님뿐만 아니라 모든 독립운동가들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에 더욱 열심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질문, 우리는 지금 시선을 서양으로 돌려 임마누엘 칸트의 의무론적 철학 또는 마이크 센델 교수의 '정의론' 등의 연역적 원칙 그 자체에만 시선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역사를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수많은 갈등과 모욕 등의 참을 수 없는 그 현실 속에서 눈물로써 정의를 생각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흔적에는 단순히 100년 정도 이전의 역사 그 이상을 훌쩍 뛰어넘은 깊음과 심오함이 있다. 그 흔적에 더 많은 생각을 기울이고, 더 많은 시간을 갖고 관심을 기울 일때, 역사는 우리에게 철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김구 선생님의 자서전에서 역사가 아닌 철학과 인문학을 맛볼 수 있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또 다른 다양한 맛과 향을 느끼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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