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의 병원경영 이야기 - 대기업도 주목하는 서비스경영 1위 선병원 삼형제의 병원경영 이야기
선승훈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80년대, 아니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내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곳에는 한의원이 딱 두개 있었단다. 그래서 정말로 미친듯이 쏟아지는 환자를 봐야만 했단다. 이것은 비단 한의원만 그랬을 문제는 아니다. 병원이나 치과병원 역시 마찬가지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정말로 환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많았을 것이고, 반대로 의사는 부족했던 시대였으니 말이다. 그때의 의사들은 정말로 환자들에게 선생님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리고 약 20여년의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많이 변했다. 인구의 증가는 한계에 다다랐으니 환자의 수야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할 것이고 의사들의 수는 그 사이에 엄청나게 늘어나버렸다. 이제 더 이상 환자는 병원에가서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져버렸다. 의사가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의사를 보는 시대가 되어버린 요즈음, 그래서 병원의 경영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책이 눈에 갔다.

 

<삼형제의 병원경영 이야기>는 사실 어찌보면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대전의 한, 조금 잘나갔던 정형외과가 병원급이 되고 그 병원들 중에서도 최고의 서비스와 의료수준을 갖추게 된 선병원으로 우뚝 서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지휘했던 선병원의 이야기가 책의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병원의 역사부터 내가 이러이러한 것을 바꾸었네 하는 본인에게는 무척 자랑스럽지만 남들에게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지만, 이 책. 상당히 쿨하다. 책은 다짜고짜 처음부터 선병원 의료원장의 경영철학과 그에 따른 선병원의 기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내가 이러이러한 것들을 힘들게 바꾸어놓았지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병원은, 경영은 이래야 한다는 것을 바로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이것의 실제 이야기를 자신과 병원의 경험담으로 늘어놓는다. 결국 책은 이런 류의 책들과 다르게 지지부진한 인트로를 늘어놓지 않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하게 선병원이 어떻게 중부권 최고의 병원이 되었는지를 간결하면서도 화끈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뚜렷한 한계점을 가질 수도 있다. 바로 병원경영을 다룬만큼 책이 정하는 타겟이 의사들로 한정이 될수도 있다. 그러나 이책은 '병원'경영과 병원'경영'을 동시에 아우르고 있다. 즉 일반적인 경영의 기본원리 속에서 병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휘할 수 있는 기지를 첨가함으로써, 이러한 류의 책을 원하는 독자들과, 당장 자신의 병원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의사들에게 모두 귀감이 될 수 있는 책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다만 개원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오히려 의사들에게 이 책이 더욱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단 기존의 대부분의 의사와 이 책의 경우는 차원이 조금 다른데, 이 책의 저자의 경우에는 이미 병원급으로 성장한, 즉 자본력을 이미 어느정도 갖추고 있는 규모의 경제가 의료계에서는 가능한 위치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의사 한 두명의 일반적인 동네 병원에서 이와 같은 것을 멋모르고 따라했다가는 오히려 큰 코 다칠수도 있는, 어쩌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소위 말하는 임상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그런 술기적인 면에서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활용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다시 정리하면 임상보다는 기초에 맞추어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책에 담긴 가장 기본의 이론들과 가치. 환자를 대할 때, 병원의 직원들을 대할 때, 그리고 진료에 나설 때의 가장 기본. 이 기본들을 다룬 책이니만큼 항상,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들이다. 결국 성패는 이러한 기본의 가치들을 얼마나 실제 임상에서 되새기고 꺼내느냐의 문제다. 의사들이 다시 선생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위해서는 결국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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