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펭귄클래식 20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서문,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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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대체 어떻게 말했을까.

아마도. 역대 철학자들의 책 중에서 가장 익숙한 철학자의 책이라고 한다면, 그 책을 실제 읽었는지 안읽었는지를 떠나서, 읽어보려고 시도를 해본 가장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면 단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일 것이다. 나 역시 이번에 완독(어찌되었든 읽긴 다 읽었으니까!)하기 전까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과 말투의 향연으로 역시나 10페이지를 채 넘지 못하고 좌절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너무도 유명한 철학자의 너무도 유명한 책. 그러나 그 요상한 말투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의 범람으로 읽긴 읽었으되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책. 어쩌면 그래서 더 유명할지도 모르는.

 

사실 이런 책의 서평을 쓰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미 너무도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서 샅샅이 파헤치고 분석해놓았기 때문이다. 기실 그래서 이런 책에 대해서 내가 머라고 딱히 덧붙일 것은 없다. 이미 이 책에 나오는 중요한 개념들과 그것들의 철학사적 의미, 헤게모니의 변환과 그로 인해 연속적으로 터져나오는 프로이트와 마르크스 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우리는 이미 니체와 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차지하는 그 의미와 위상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책에 대해 내가 굳이 무언가를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 그것만으로 만용일 뿐 아니라 쓸데없는 일이 될 것이다.

 

결국 나는 이 책에 대한 느낌과 펭귄클래식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니체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려는 마음에 여러 인터넷 사이트들과 책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한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러셀의 서양철학사와 들뢰즈가 평한바가 너무도 극과 극을 달린다는 점이다. 물론 들뢰즈가 직접 쓴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고 들뢰즈의 평에 많이 기댄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읽은 것이지만. 어찌되었든 현대철학사에서 쟁쟁한 위명을 날리고 있는 두명의 철학자가 니체를 바라보는 눈이 이렇게도 갈릴 줄이야. 어쩌면 그것이 니체의 매력이고 위상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러셀은 니체를 상당히 과소평가한 느낌이다. 러셀의 서양철학사에서 니체는 그저 지나가는 철학자 중 하나일 뿐으로 아주 간략히 묘사된다. 하지만 굴뚝청소부에서는 니체를 계보학의 창시자로 칭하며 그 이후 철학사에 상당히 지대한 영향을 끼친 철학자로 평가한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현재 우리의 무의식적 패러다임 속에서는 후자의 평가가 더욱 잘 나타나있지 하는 마음과 함께. 이런 극명한 호불호가 어쩌면 니체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이런 저런 니체에 대한 평가와 함께 니체에 대한 전문가 한사람을 알게 되었으니 바로 펭귄클래식판의 서문을 담당한 레지날드 홀링데일이다. 영미권에서 니체에 관한한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았던 그가 바로 펭귄클래식판에서도 서문을 담당했다는 사실이 조금 반갑고 놀랍기도 하였다. 그의 서문은 <차라투스트라>의 실제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워밍업을 하기에 아주 적절한 형태를 띄고 있다. 그렇지만 반면에 각각의 내용에 대한 써머리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온전히 <차라투스트라>를 스스로 이해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일단 다 읽고 다시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들의 경우, 즉 나와 같이 그냥 순전히 너무도 유명한 책을 한번 접해나보자는 식의 경우라면 일단 이 서문을 읽고 본 내용을 접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될 듯 싶다. 물론 이 서문도 본문보다는 덜하지만 상당히 어렵긴 매한가지다.  

 

책을 읽으면서 니체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니체는 과연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하는 의문이 진하게 남았다. 그는 자신을 철학자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그가 스스로를 꼭 철학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는 비록 쇼펜하우어의 제자였고, 그를 박차고 나와 여러 책을 저술했지만 그는 자신을 철학자보다는 작가, 예술가로 알아주길 바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술기의 영역에서 철학의 영역으로 점점 넘어오고 있는 예술사에서 니체또한 어쩌면 자신의 영감과 생각을 문학이라는 틀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했던, 예술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문학에 추상화가 있다면 꼭 이런 모양이지 않을까 싶은 그의 글쓰기를 보면서, 니체를 철학자라는 이름보다 작가,예술가라는 이름으로 불러보기 싶었던 소망. 또한 이것이 니체가 하고 싶은 말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니체가 진실로 하고 싶었던 말은 역시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냥 적당히 이러한 것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자신들이 평상시 가지고 있던 선입관과 잣대에 맞추어 니체를 쪼개고 다시 끼워맞춘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니체 스스로가 그것을 바랐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는 것이니까. 니체는 그저 자신의 영감을, 위버멘시와 영원회귀와 힘에의 의지와 같은 관념어를 섞어서, 그냥 타오르는 대로 그렇게 두었던 것은 아닐지.

그래서 더더욱 니체는 자신이 예술가라고 생각했을것만 같은, 역시나 내가 생각하는 니체의 하고자 하는, 아니 그냥 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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