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 지음 / 뿔(웅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랩소디 인 베를린

 

 

만남#1

가끔, 아주 가끔 어울리지 않는 전공 공부를 한 다음날이 되면
신기하게도 마침 그 공부한 부분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리영희의 <대화>라는 책을 읽는 요즈음
마침 윤이상 선생님에 대한 부분을 읽을 즈음에
이 소설을 접한 것도 이러한 필연 못지않은 우연일 것이다.

윤이상 선생님은 현대음악 거장 5인중 한명이라는 해외에서의 지극한 평가와 달리
남한에서는 매우 미진한 평가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동백림 사건과 이후의 몇차례의 북한 방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에서 밝히듯이 리영희 선생님이 만나본 윤이상 선생님은 그저
한국의 음악과 서양의 음악을 통합해보려 한 음악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에 관한 도움을 남한정부와 북한 정부 양측에 요구하였지만
북한 정부와 달리 남한 정부는 그에 대해 협조를 잘 해주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렇게 윤이상 선생님에 대해 알아갈 무렵
나는 그와 닮은 겐타로를 만났다.


만남# 1 과 1/2

 

아이블링거는 키르케를 만났다.
키르케는 힌터마이어가 되었고
힌터마이어는 음악이 되었다.
그리고 힌터마이어는 레아를,하나코를 만났다.


만남#2

18세기의 음악가 요한 힌터마이어
20세기의 음악가 토마스 김

토마스는 자신 이전에 자신과 비슷한 음악을 추구하는 한 음악인의 생애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생애를 뒤쫒다가 그 역시 자신과 비슷한 신세의
그것도 자신과 같은 조상을 가진 사람임을 알고 그에 대해 미친듯이 빠져들기 시작한다.

TNF를 통한
피를 통한
향수 이전의 무의식의 그리움을 통한
그 그리움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악과 악상을 통한
만남

200년을 먼저 살다간 요한 힌터마이어를
그렇게 그렇게 뒤쫒아간 토마스

 
만남#3

하나코
평생 가고자 했던 곳.

둘다 한없이 갈증을 느끼던 시절
5P 3/10

이 것을 통해 둘은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함께 있을 수 있던 시절

하나코는 하나코이되
하나코뿐이 아니다.

하나코는 겐타로에게
첫사랑이었고
사랑이며
조국이자
마지막이었다.

겐타로를 지탱시켜준 두가지.
음악,
그리고 하나코

그는 하나코를 잃어버려 음악에 매진했으며
그 음악이 죽어버려 자신의 삶도 다했다.

겐타로는 조국을 잃어버린 디아스포라가 아니다.
그는 하나코를 잃어버리고
하나코에 가 닿고자 한 디아스포라였다.

 
만남# 3 1/2

인간다움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은 이름
아우슈비츠
그 안에도 음악, 아니 죽음과도 같은 음이 존재하였다.

음을 빨아 먹고 산 존재
그에게 빨아 먹힌 존재

그와의 만남과 그들과의 만남 사이에서
겐타로는 죽음과 만났다.

 
만남#4

드디어 만난
요한 힌터마이어
겐타로, 토마스 김
그들의 삶이 성당에서

하나코 앞에서 울려퍼지다.

 
만남#5

디아스포라 --------------------------------------------------------------

                      ---------------------------------------------------------------음악

 

작가는 이 두가지 소재를 때로는 엮어내고 때로는 풀어내며
긴박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를 긴박감있게 잘도 풀어낸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들을 겹치면 나타나는
하나코의 보라색 스카프와 해국 이파리를 닮은 셔츠의 나부낌

디아스포라
음악
끊임없이 나부낀 스카프와 해국

둘이 만났으매 작가는
디아스포라만
보라색만 매만지고 매만진다.

그 안에 충분히 담겨져 있는 해국은, 음악은
충분히 잘 정제해놓은 채
풀어 해치지 않는다.

끝내 만나지 못한 겐타로와 하나코마냥
디아스포라와 음악은 만났으되 

작가의 마음 속에서 끝내 만나지 못하고 풀어헤쳐져버린다.

그 한순간의 아쉬움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의 5P 3/10 찾을 수 있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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