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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우체부 배달희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
부연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평점 :
망자의 마지막 편지를 배달하는 14세 소녀라니!
죽음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표지 속 소녀의 더없이 생기발랄한 표정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소녀의 이름은 배달희다. 사실 달희는 표지 속 경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늘 머뭇거리며 눈치 보기 바쁜 잔뜩 주눅 든 열 네 살 소녀다.
어느 날 저승차사가 달희를 찾아온다. 그리고 다짜고짜 81억 인구 중 유일하게 저승과 이승을 오갈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라며 저승 우체부라는 막중한 업무를 맡긴다. 미심쩍지만 반박할 근거가 없다. 그렇게 달희는 얼렁뚱땅 망자의 마지막 편지를 산자들에게 전해주게 된다.
저승과 이승의 경계는 엘리베이터 하나뿐이다.
현대화된 저승의 모습은 낯설지만 ‘죽은 과학자들이 여기서 뭘하겠습니까?’라는 한 마디에 모두 수긍하게 된다.
이렇듯 상상력을 깔끔하게 녹여 낸 곳곳의 설정들은 위화감 없이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또한 편지를 매개로 한 다양한 인물의 촘촘한 연계성은 저승에서 온 편지라는 판타지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관계성을 통해 망자와 산 사람의 후회의 감정을 설득력있게 끌어내 독자 역시 그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편지를 전달하며 만나는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공감하며 달희는 용기를 낸다. 타인의 눈치를 보기 바빴던 달희는 후회와 슬픔에 무너진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어깨를 내어주고, 손을 잡아주며 들썩이는 등을 토닥인다. 그리고 자신의 용기 있는 위로로 상처를 회복하는 이들을 보며 달희 역시 성장한다.
‘저승 우체부 배달희’는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역설하지 않는다.
다만, 삶에서의 후회를 되돌릴 수 있는 건 오직 삶에서의 시간뿐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어떤 이유로든 대화하지 않는다.
주고받음이 없으니 당연히 내가 느끼는 감정의 좋고 나쁨도 그저 내 안에서 사그라질 뿐이다. 그렇게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전하지 못한 마음이 남기도 한다. 어쩌면 모두들 전하지 못한 마음을, 풀리지 않은 마음을 대신 전해줄 우체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달희 역시 명확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멀어진 친구 ‘하은’과의 관계를 끝없이 곱씹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제 삶의 주인공이 된 달희는 비로소 마음을 꺼내 놓을 진짜 용기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의 시선.
내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순간,
나는 삶의 주인공이 되었다.
- 저승 우체부 배달희 p205 -
어쩌면 부연정 작가는 달희의 성장을 통해 독자들에게 부디 지금 이 시간을 놓치지 말고, 우리 모두 자신의 우체부가 되어 용기 있게 마음을 전하라 격려하는지도 모른다.
‘안녕. 하은아? 오랜만이지? 잘 지내?’
- 저승 우체부 배달희 p212 -
그리고 이야기의 반전과 함께 달희가 전할 다음 편지를 기다리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